58층, 아찔한 전망·3시간, 느긋한 정찬…'터치 더 스카이'

입력 2014-04-12 18:05
Luxury & Taste

행성 이름 딴 5개의 룸…CEO·정치인이 단골
메뉴 아닌 요리도 주문…10가지 코스로 구성
숯불 스테이크 인기…외국인 손님을 위한 오방 비빔밥도 눈길


[ 유승호 기자 ]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잘 차려진 음식을 먹는 장면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어하는 순간이다. 점점이 불을 밝힌 고층 건물과 시원하게 뻗은 순환도로가 만들어내는 황홀경 속에서라면 이루지 못할 사랑이 없고 성사시키지 못할 사업이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58층에 있는 ‘터치 더 스카이(Touch the Sky)’는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만으로도 충만한 기분이 들게 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여의도 일대는 물론 서울 전경이 눈 아래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탄성을 자아낸다. 이름 그대로 하늘에 있는 식당이기 때문일까. 방 이름은 입구에서부터 차례로 Saturn(토성), Mars(화성), Venus(금성), Mercury(수성), Apollo(태양)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방은 Apollo룸이다. 방 다섯 개가 모두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Apollo는 웬만한 VIP가 아니면 예약조차 어려운 곳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회장과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이 이 방의 단골손님이다.

방 안에 들어서면 42인치 LED TV와 소파, 티 테이블, 칵테일 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손님 대부분이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오는 것을 감안해 식사 공간 외에 간단히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접견 장소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저녁 메뉴로는 ‘시즌 스페셜’ ‘르와르’ ‘프로방스’ ‘셰프 스페셜’ 등 네 가지 코스가 있다. 하지만 메뉴에 없는 요리를 주문하는 손님이 더 많다고 한다. 취향에 따라 ‘아뮤즈 부쉬(전채 요리)’에서부터 ‘프티 푸르(디저트)’까지 ‘맞춤형’으로 주문하는 손님이 많다. 메뉴에 있든 없든 저녁 코스는 10~11가지 요리로 구성된다. 모든 요리가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악수를 나눈 뒤 와인을 권하고, 최근에 본 공연평으로 시작해 가족과 취미를 소재로 담소를 나누다 비즈니스에 대해 깊은 대화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뮤즈 부쉬, 애피타이저, 셔벗은 1~2주마다 바뀐다. 제철에 맞는 재료로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캐비어와 참치 다다키가 아뮤즈 부쉬로, 관자 게살 연어 전복 새우 등 다섯 가지 해산물 요리가 애피타이저로 나온다. 셔벗은 블루베리 딸기 등 과일 외에 인삼이나 송이버섯을 재료로 쓸 때도 있다. 샐러드는 무피클에 깔끔하게 말린 채 나온다. 덕분에 비즈니스 파트너 앞에서 샐러드 드레싱이 입에 묻을까 걱정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메인 요리로는 숯불에 구운 한우 등심 스테이크가 가장 인기가 높다. 퍽퍽한 소스 대신 가는 소금을 고기 옆에 뿌려 놓은 것이 눈에 띈다. 건강을 생각해 동물성 원료로 만든 소스보다 담백한 소금에 스테이크를 찍어 먹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과일향 아이스크림과 케이크, 제철 과일에 이어 차와 생과자까지 먹고 나면 코스 요리가 마무리된다.

터치 더 스카이에는 한식 메뉴도 있다. 외국에서 온 사업 파트너에게 한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고객들이 많아 지난해 1월 한식 메뉴를 신설했다. 한식 저녁 코스를 주문하면 100g에 100만원이 넘는다는 숭어알 말림과 홍삼 절편 등이 식전요리로 나온다. 파랑 빨강 노랑 하양 검정 등 ‘오방색’ 재료를 넣은 비빔밥은 먹는 즐거움에 앞서 보는 즐거움부터 안겨준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3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과 강원도 횡성에서 100년간 숙성시킨 간장으로 맛을 낸다고 한다. 식당 측은 최고급 재료를 미리 준비해 놓기 위해 프랑스 요리는 하루 전, 한식은 사흘 전 예약을 권하고 있다.

터치 더 스카이는 프러포즈 명소로도 유명하다. ‘프러포즈 패키지’를 이용하면 싱그러운 꽃장식이 놓인 테이블 앞에서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사랑을 고백할 수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