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환 터치 더 스카이 조리장 "식재료 본연의 맛 살리는 것, 그게 내 역할"

입력 2014-04-12 18:00
Luxury & Taste


[ 유승호 기자 ] “고기 왔습니다.”

김덕환 ‘터치 더 스카이’ 조리장(41·사진)이 음식에 대해 설명하던 중 한 요리사가 들어왔다. 그날 저녁 요리에 쓸 고기를 받아 놓았다고 그에게 보고하러 온 것이다.

김 조리장은 “잠깐만 둬”라고 말했다. 요리에 바로 쓰지 말고 놔두라는 얘기였다. 그는 “모든 식재료를 직접 검수해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것만 쓴다”며 “기준에 못 미치는 재료가 들어와 반품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조리장은 식재료에 관한 얘기를 계속했다.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 신경을 쓰는 손님이 많아 식재료를 더욱 꼼꼼하게 고르게 된다고 한다. “가장 좋은 요리는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이 살아 있는 요리입니다. 그런 맛을 살려내는 것이 요리사의 역할이죠.” 맛없는 재료를 맛있게 만들려고 요리를 너무 깊게 하면 참다운 맛은 오히려 사라진다고 했다.

김 조리장은 요리사들이 흔히 다녀오는 외국 유학 경험이 없다. 순수 국내파 프랑스 요리 셰프인 셈이다. 그가 프랑스 요리를 처음 배운 것은 터치 더 스카이의 전신인 ‘거버너스 챔버’에 근무할 때다.

정·재계 고위 인사들이 드나드는 회원제 레스토랑이었던 거버너스 챔버는 업계에서 ‘요리사 사관학교’로 통하는 곳이다.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음식을 내놓는 만큼 조리교육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김 조리장은 “예술의 나라답게 프랑스 요리는 매우 아름답다”며 “예쁜 요리를 만들고 싶어 프랑스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에서 정통과 퓨전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프랑스 요리라고 해서 버터소스만 쓰지는 않는다고 한다. 달래와 들기름을 섞은 식초를 드레싱으로 개발해 활용하고 인삼 셔벗을 선보이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다.

고위 인사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춰야 하니 스트레스도 적지 않을 것 같았다. 김 조리장은 “손님보다는 우선 내가 먹었을 때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고 한다”며 “내 입맛에 맞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입맛에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위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0, 63빌딩 58층
▷(02)789-5761~3

●메뉴

▷런치 스페셜 9만5000원, 11만5000원
▷디너 코스 14만5000~23만5000원
▷한식 코스 8만5000~25만원

●영업시간

▷런치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디너 오후 5시30분~10시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