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칼럼] 고지혈증은 비만만 걸린다고?

입력 2014-04-12 07:00
알아야 건강, 이것이 궁금하다

안철우 <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고지혈증은 비만인 사람에게만 발병한다?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대표적인 성인 ‘대사질환’인 고지혈증은 보통 술과 육류를 즐기는 중년층에서 많이 생기지만 술·고기를 잘 안 먹는 마른 사람, 예컨대 ‘홀쭉이’ 체형도 많이 걸린다.

중년층이 많이 겪는 당뇨, 갑상샘 기능저하증, 통풍, 요독증(노폐물이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는 질환), 췌장염 등이 고지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약물 중 경구(먹는) 피임약, 부신피질 호르몬제, 항고혈압약 등도 고지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외에도 알코올과 포화지방산이 함유된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고지혈증의 원인이 된다.

고지혈증은 피 속에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중 한 가지라도 정상보다 많은 상태를 말한다. 체내에 흡수된 지방은 단백질과 결합해 혈액 내로 운반돼 대사된다. 체내로 흡수된 지방과 대사 산물인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유리지방산 등은 단백질과 결합해 수용성 형태의 지단백질이 되는데, 이런 혈청지질이 정상보다 많이 증가하면 고지혈증이 되는 것이다.

고지혈증은 50대 이후 급격하게 많이 나타난다. 고지혈증 여부를 확인하려면 공복 상태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진단해야 한다. 콜레스테롤이 200㎎/dL 미만일 경우 정상으로 진단하지만, 200~239㎎/dL는 고지혈증 주의, 240㎎/dL 이상은 고지혈증이다.

고지혈증은 상당한 정도의 동맥경화에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동맥의 70% 이상이 막혔을 경우에 간혹 목 뒷덜미가 찌릿찌릿하거나 손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지혈증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은 물론 혈액 흐름이 막혀 동맥경화를 유발해 심장 및 혈관질환을 일으킨다.

콜레스테롤은 단백질과의 합성 형태에 따라 고밀도 및 저밀도 지단백으로 구별되는데, 이 중 혈관에 손상을 주고 동맥경화증 및 관상동맥 질환을 유발시키는 유해한 지단백질을 ‘저밀도 지단백질(LDL)’이라고 한다. 반면 ‘고밀도 지단백질(HDL)’은 LDL과 동맥경화가 생긴 부위에서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간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고지혈증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요법을 통한 혈중 지방의 정상화다. 금연과 적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육체적 활동량을 증가시켜야 한다.

식이요법은 전체적인 열량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있다. 포화지방산인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피하고 불포화지방이 많은 식물성 야채류를 섭취해야 한다.

최근 들어 고지혈증 환자 중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앓는 경우가 늘고 있다. 평소 술과 육류를 즐기지 않더라도 고지혈증에 걸릴 수 있는 만큼 50세 이상은 정기적으로 고지혈증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안철우 <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