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시장 롱쇼트상품 단기과열 주의보
주식형펀드 2조 빠질때 시중자금 1조 모으며 '쏠림'
환매땐 수익률관리 힘들어
1개월간 3~4% 손실 수두룩
롱-쇼트 전략 엇박자땐 일반펀드의 2배 손해 가능성
[ 조재길 / 안상미 기자 ]
작년 말 한 증권사에서 공모형 롱쇼트펀드에 가입한 원형수 씨(41)는 11일 수익률을 확인해보고 적잖이 실망했다. 매달 꾸준한 수익이 나길 기대했지만 정작 -0.9% 손실이 났다. 원씨는 “주식시장이 침체될 때도 수익을 낸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이게 뭡니까”라며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롱쇼트(long·short) 상품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일부 펀드에서 원금을 까먹는 사례가 나오면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롱쇼트 상품은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종목의 현물을 사고, 떨어질 것 같은 종목을 공매도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롱쇼트 7조원 시대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롱쇼트 상품시장은 공모펀드와 헤지펀드,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 등을 합해 약 7조원 규모다. 1년 전(1조6000억원)보다 4~5배 확대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1인당 5억원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롱쇼트 헤지펀드 위주였지만 지금은 공모펀드의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공모형 롱쇼트펀드는 올 들어서만 9400억원의 시중 자금을 빨아들였다.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같은 기간 2조원(2.6%)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이 속도라면 연내 20조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다고 업계는 내다본다.
시장에선 ‘롱쇼트 쏠림’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바이코리아펀드’나 ‘인사이트펀드’처럼 단기간에 수조원의 개인 자금이 몰렸다가 수익률이 급락하며 피해가 확산된 전례 때문이다. P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롱쇼트 상품에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면 괜찮지만 일단 환매가 시작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자금 유출이 지속되면 운용사들이 매수·매도 전략을 제대로 짤 수 없어 수익률을 관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롱쇼트 상품이 일부 종목이나 지수를 매도한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윤 우리투자증권 주식파생영업부 팀장은 “롱쇼트 매매가 활발해지면 일부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주 주가는 더 많이 떨어질 수 있다”며 “다만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1000조원을 넘는 규모여서 롱쇼트 상품이 시장을 교란하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수익 맹신 말아야
전문가들은 롱쇼트 상품이 연 7~8%의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지만 손실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현물 매수와 선물 매도를 병행하는 전략을 쓰는데, 양쪽 모두에서 손실이 나면 손실률이 일반 펀드에 비해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어서다.
공모형 롱쇼트펀드의 지난 1개월간 수익률이 대표적인 예다. 일반 주식형펀드가 평균 0.39%의 수익을 냈지만 롱쇼트펀드는 -0.64%를 기록했다. 한 달 동안 3~4% 넘는 손실을 낸 펀드도 수두룩했다.
S자산운용 관계자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던 대체에너지와 인터넷 업종이 부진했고 반대로 철강 은행 석탄회사 등 하락 쪽에 베팅했던 종목의 주가는 상승했다”며 “예상과 달리 시장이 급변하면서 수익률 방어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조재길/안상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