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구조조정 '잔인한 4월'] 금융사 점포 1년새 366곳 문닫아…'칼바람'이 심상찮다

입력 2014-04-11 20:50
수정 2014-04-12 03:59
금융권 "올 것이 왔다"

2013년 금융사 15% 적자
저금리 지속돼 수익성 악화…씨티銀 등 외국계 감원 시동
순익 줄었지만 인건비는 증가…노조 입김에 조직재편 더뎌


[ 박신영 / 김일규 기자 ]
증권사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태풍이 외국계 은행과 보험사로 몰아치자 금융권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수익성 악화 추세를 감안하면 이미 예상된 일이라는 분위기다. 문제는 구조조정 태풍이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저금리·저성장 체제의 고착화로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데다 온라인 거래 증가 등으로 금융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해마다 계속되는 ‘순이익 반토막’

금융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금융권의 순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1년까지 급증했다. 은행들만 11조751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그 후론 내리막이다. 내리막도 그냥 내리막이 아니다. ‘반토막’이라는 말이 익숙할 정도로 가파르다. 은행들의 순이익은 2012년 8조6818억원으로 줄더니 작년엔 3조882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보험사와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작년 보험사의 순이익은 4조7800억원으로 전년(5조5887억원)보다 14% 줄었다. 증권사는 아예 1098억원 적자로 전락했다. 전체 금융회사 2647개 중 15%인 390개가 적자를 냈다.

이익이 줄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비용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인건비 등의 축소다. 다름 아닌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권에는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다.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금융회사들은 궁여지책으로 작년에 점포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최근 1년 사이에만 은행 68개, 증권사 160개, 보험사 138개 등 366개의 점포를 없앴다. 그래도 수익성이 악화되자 인력 축소에 나섰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금융거래 환경 변화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은행 점포를 직접 찾아 거래하는 대면(對面)거래 비중은 10%를 밑돈다. 90% 이상이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이뤄진다. 온라인 주식거래 비중도 90%를 훨씬 뛰어넘는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데 있다. 수익성이 악화되면 신규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 해외 진출 필요성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해외 진출은 당장 돈이 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신규 사업도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재로선 마냥 경기가 좋아져 수익성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작년 1.87%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이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직은 잠잠한 국내 은행에까지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금은 적자점포를 줄이는 방법만 사용하고 있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는 은행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바람이 국내 은행에 번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인위적인 인력 감축을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라면서도 “점포 재배치와 신규 인력 채용 억제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나가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박신영/김일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