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노믹스] 2002년…오클랜드 20연승…경제학적 상상력이 '장외홈런'을 날렸다

입력 2014-04-11 17:12
스타플레이어 과감히 팔고
승리공식 도입해 선수 구성
빌리 빈의 야구단 개혁 성과
20연승 대기록으로 '대박'


[ 서정환 기자 ]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머니 볼’을 통해 본 트레이드 경제학


“모두 야구를 잘못 이해하고 있어요. (트레이드에서) 중요한 건 선수가 아닌 승리를 사는 거예요. 승리하기 위해 득점을 올릴 선수를 사야죠.”(피터 브랜드)

1989년 마지막 우승 이후 형편없는 팀으로 전락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좀 하는가 싶다가도 시즌이 끝나면 주전 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뺏기기 일쑤다. 열악한 구단 재정으로 선수를 붙잡지 못하는 탓이다. 2001년 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은 뉴욕 양키스와 애슬레틱스 선수단 연봉은 ‘1억1400만달러(양키스) 대 3900만달러(애슬레틱스)’. 애슬레틱스는 양키스에 시리즈 전적 2 대 3으로 석패했다.

이듬해인 2002년. 우승하곤 거리가 먼 구단이란 오명을 벗어던지고 싶은 빌리 빈 단장(브래드 피트)은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한 경제적인 야구를 해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 브랜드(조나 힐)를 부단장으로 전격 영입, 기존의 선수단 운영 방식을 완전히 파괴해버린다. 오직 통계로 짜여진 ‘승리 공식’을 따라 스타 플레이어를 과감하게 방출하는가 하면 다른 구단에서 거들떠보지 않던 선수를 팀에 합류시키기도 한다. 나이가 많아 퇴물 취급을 받던 데이비드 저스티스, 사생활이 문란한 제러미 지암비, 특이한 투구자세에 공까지 느린 채드 브래드포드 등을 이런 식으로 속속 영입했다. 2011년 개봉작 ‘머니 볼’ 얘기다.

한계타율과 평균 타율

빈은 선수 영입에서 출루율을 중시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야구는 피차 소모전이다. 출루하면 이기고 못 하면 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타율과 도루보다는 출루율과 OPS(출루율+장타율)에 무게를 둔 선수 영입이다. 처음부터 성공을 거둔 건 아니었다. 패배, 패배, 패배. “이건 야구가 아니다. 네 게임째 무득점, 총체적 난국”이라는 혹평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시즌 초반 17게임 중 14패.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꼴찌다. 팀이 연패에 몰리자 모두 구단 프런트를 비난한다.

하지만 팀이 자리를 잡아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점점 이기는 경기가 많아졌다. 17연승, 18연승, 19연승. 급기야 9월4일 20연승 기록 달성에 나선다. 아메리칸리그 103년 역사상 최다 연승에 도전하는 순간이다. 경기 초반 11-0으로 앞서가던 애슬레틱스는 계속 점수를 내줘 동점까지 갔다. 9회말 대타로 나선 스콧 해티버그가 대박을 터뜨렸다. 굿바이 솔로 홈런이다. 해티버그는 그해 홈런 15개에 타율 2할8푼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1타수 1안타, 10할대 타자였다.

여기에서 경제학에서 쓰는 한계와 평균 개념을 알아보자. 하루 전인 3일까지 해티버그의 타율은 2할7푼5리였다. 이는 평균타율이다. 4일 해티버그가 대타로 나서 기록한 1타수 1안타(10할)는 한계타율이다. 4일 한계타율이 3일까지 평균타율보다 높기 때문에 한계타율이 평균타율을 끌어올려 4일 성적까지 포함한 그의 평균타율은 2할8푼이 된다.

임금과 한계수입 생산물

경제학적으로 구단을 경영하는 구단주는 야구단 운영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영화에서도 “다른 구단이 닭장에서 달걀 빼가듯 우리 선수를 빼간다”며 스카우트 예산 증액을 요구한 빈 단장에게 구단주는 “돈 없어. 부자구단과 경쟁할 필요 없어. 최선을 다해서 새 선수를 영입해 봐”라고 잘라 말한다. 구단은 돈을 받고 선수를 팔거나 야구장 입장 수입, 유니폼 등 각종 기념품 판매수익 등을 통해 이익을 낸다. 이는 승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기는 팀에 관중이 몰리고 유니폼도 잘 팔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단은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선수의 가치는 승리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에 달려 있다.

J C 브래드버리 미국 케네소주립대 교수는 ‘괴짜야구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한계수입생산물<새로 영입한 선수 1명이기여하는 구단 총수입의 증가분>개념을 도입했다. 한계수입생산물은 한 단위 더 고용하는 데 따르는 총수입 증가분을 말한다. 선수의 한계수입생산물은 그 선수가 좋은 경기를 함으로써 발생하는 팀의 수익이다.

한계수입생산물을 구하기 위해 우선 한 팀의 승리가 가져오는 가치를 측정하고 한 선수의 승리공헌도를 양적·질적 부분을 감안해 예측한다. 승리공헌도를 승리의 가치에 곱해 선수의 한계수입생산물을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자신의 한계수입생산물보다 낮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 전까지는 소속 팀하고만 연봉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뛴 지 6년이 지나 FA가 되면 계약을 원하는 어느 팀과도 협상할 수 있다. FA 선수들의 연봉은 점차 한계수입생산물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더욱이 팀 기여도가 높은 선수는 대개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실제 작년에 FA 신분이 된 신시내티 레즈의 추신수 선수 몸값은 요즘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추신수가 체결한 시즌 연봉은 737만5000달러(약 79억원)였지만 FA 후 몸값은 장기계약으로 총액이 1억3000만달러(약 1380억원)를 넘었다.

메이저리그는 독점

북미지역 프로야구는 독점시장이다. 메이저리그가 유일하다. 리그 내 구단 설립도 제한된다. 메이저리그를 하나의 기업으로 보면 독점기업의 이윤은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그래프1>에 독점기업의 수요곡선과 한계수입곡선, 한계비용곡선이 있다. 한계수입곡선은 수량 한 단위 변화에 따른 총수입의 변화다. 생산량을 늘리면 기존 판매량의 가격도 함께 내려야 해 한계수입은 수요곡선(평균수입) 아래 놓인다. 기업이 생산량을 한 단위 증가시킴에 따라 총비용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보여주는 한계비용곡선은 우상향의 모습이다. 독점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먼저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일치하는 점(A)을 찾는다. 그 뒤에는 그 점에서 생산되는 수량을 모두 판매할 수 있는 가격을 수요곡선상에서 찾는다. 점 B다. 독점가격은 C에서 결정된다. 이에 따라 독점기업의 이윤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나머지 구간인 BCDE가 된다. Q는 이윤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생산량이자 판매량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보자. 애슬레틱스는 사상 최다 연승을 기록하고도 디비전 시리즈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에 져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된다. 이후 빈은 그의 경영 수완을 높게 평가한 보스턴 구단주의 영입 제의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1250만달러의 연봉 제안을 거절하고 애슬레틱스에 남기로 한다. 애슬레틱스를 떠난 승리는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국내에도 머니 볼의 신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구단이 있다. ‘작은 영웅’ 넥센 히어로즈다. 넥센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2269만원으로 9개 구단 중 8번째다. 하지만 작년 시즌 한때 1위까지 오르고,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 연장전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지만 넥센의 분전은 한국판 머니 볼을 떠오르게 한다.

서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