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은 50년 앞서 자국 학문 알리는데…한국학 지원 '뒤늦은 시동'

입력 2014-04-10 21:29
수정 2014-04-11 03:45
성대, 하버드 등 5개 대학과
한국학 전문기관 'IUC' 설립

美·유럽 등 16개 대학 참여
'지한파' 외국 학자·학생 양성


[ 홍선표 기자 ] “한자로 가득한 논문을 보고 눈앞이 깜깜했죠. 외국 유학생 중에는 어려운 한국말 때문에 한국학 공부를 그만둔 친구들이 많아요.”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한국 정치학을 전공하는 인도 유학생 라지브 구마르 씨(29). 2008년 한국에 와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1년간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를 공부했다. 그러나 강의에서 쓰이는 한자 단어와 학술 용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한국어 텍스트를 보는 게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오는 9월부터 구마르 씨 같은 외국인 학생·학자들이 좀 더 쉽게 한국학을 공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이 미국 하버드대, 캘리포니아주립대 등 북미 5개 대학과 공동으로 학술 한국어 및 한문 교육기관인 ‘인터유니버시티센터’(IUC)를 설립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참가 의사를 밝힌 대학들을 포함해 북미와 유럽, 남미 등의 16개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 및 학자들이 IUC에서 교육을 받는다.

일본과 중국은 이미 50년 전부터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일본 정부는 1961년 미국 스탠퍼드대와 함께 요코하마 인터 유니버시티 프로그램(IUP)을 만들었다. 그동안 요코하마 IUP를 거쳐간 이들만 1750여명에 달하며, 지금도 매년 하버드대와 예일대 등 미국 15개 대학에서 50여명의 학자가 교육을 받고 있다. 중국에선 1963년부터 칭화대가 IUC를 담당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국에 우호적인 학자들을 양성하고, 동아시아학을 주도할 수 있었다.

성균관대가 설립하는 IUC 프로그램의 주된 교육 대상은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과 신진 학자들이다. 교육은 1년 과정, 4개월 과정, 여름방학 과정 등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커리큘럼에 따라 학술 한국어와 한국어 논문 독해, 한자 교육 등의 수업을 듣는다. 성균관대는 첫해에 수강생 10여명으로 시작해 20여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해외의 한국학 연구자 지원 프로그램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AKS)은 매년 여름방학 때 해외 대학생 30여명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한국학을 소개하고 있다. AKS 펠로십을 통해 해외 한국학 학자들의 국내 연구활동도 지원한다. 하지만 이들 사업만으로 한국 문헌을 한국어로 읽고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는 외국 학자를 길러내기에는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IUC 설립 추진단 공동 대표인 로스 킹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동아시아학과장은 “그동안 한국학 분야의 전문가 양성을 위한 어학 프로그램이 부족했다”며 “한국어로 읽고 토론하고 글 쓰는 해외 한국 학자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한국학도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