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대표 모델 실험하는 솔젠트 명현군·이성준 대표 "경영·기술 역할 나눠 맡으니 효과 나네요"

입력 2014-04-10 21:25
수정 2014-04-11 04:10
한우 감별키트로 기술력 인정받아
2013년 10월 이 대표 합류로 경영 안정
"명 대표에 개발 맡아달라 부탁했죠"


[ 이해성 기자 ] “기술자가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너무 어려움이 많아요. 경영 실패에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려고 했는데….”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10일 만난 명현군 솔젠트 각자대표(47·왼쪽)는 이성준 각자대표(36·오른쪽)에게 고마움을 나타내며 이렇게 말했다. 솔젠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8월 공인한 한우·수입우 감별키트 개발 업체다. 4년 동안 개발한 이 제품은 DNA를 증폭하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분석을 통해 한우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다. 한우 판별 시 이 제품을 쓰도록 정부 고시에 규정됐다. 문제는 회사에 쌓인 적자와 빚. 2011년 매출 80억원에 영업손실 15억원을 냈고, 이듬해에는 매출이 64억원으로 줄면서 영업손실 13억원을 냈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돌아오는 은행 마이너스대출 등 단기차입금 46억원을 막지 못하면 부도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나타난 인물이 이 대표다. 기술력을 보고 투자자로 나선 그는 아예 회사 지분을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사임하려는 명 대표를 연구개발에 전념해 달라고 수차례 붙잡았다”며 “서로 겪었던 시행착오를 통해 의기투합해 바이오업계에서 바람직한 각자경영 모델을 시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본인 표현으로 ‘허튼짓’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스턴대에서 재무학을 전공한 그는 금융권에 몸담다 연예기획사를 세워 4년 동안 경영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접은 뒤에는 부동산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가 또다시 발길을 돌려 임플란트 사업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확실히 길을 정한 게 DNA 분석 및 진단 사업이다.

명 대표는 “방향을 알려줄 경영감각이 늘 목말랐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 의대 법의학교실에서 병역특례를 마치고 임상검사센터에서 일하다 선배 권유로 대한메디칼시스템즈에 입사했다. 이 회사가 망한 뒤 KAIST에서 유전체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다 2000년 솔젠트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솔젠트 합류 직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명 대표가 추진하던 혈당조절 기능성소재 피니톨 사업부를 해체했다. 명 대표는 당뇨 환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어 제품을 무료 공급하는 등 이 사업에 사활을 걸었었다. 이 대표는 “비효율 때문에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라며 “DNA 진단 사업에만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솔젠트가 개발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분자진단키트는 최근 밝은세상안과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각막이 자극받으면 실명으로 이어지는 이 유전질환은 라식·라섹 수술 등을 받기 전 꼭 검사를 받아야 하나 그동안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명 대표는 “오진 시 건당 10억원을 배상하는 손해보험도 들어놨다”며 “그만큼 기술력에 대해선 자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바이오사업은 앞으로 맞춤형 진단과 예방으로 가야 한다”며 “과학과 경영을 제대로 융합해 회사를 세계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