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대 혁신! 변화 가로막는 기득권 장애물 있다

입력 2014-04-10 20:33
수정 2014-04-11 04:25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과대학 혁신방안을 내놨다. 정부가 재정사업을 평가할 때 산학협력 배점을 높이고, 산업체 인사의 교수 채용을 확대하며, 기초 및 전공과목 비중을 늘린다는 게 골자다. 자문회의가 밝혔듯이 이번 대책은 인구 대비 공대 졸업생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지만 졸업 후 전공지식과 실무능력 부족 등으로 산업계 기여도는 크게 떨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을 것이다.

사실 산업현장에서는 공대생은 많은데 정작 쓸만한 공대생은 없다고 아우성이다. 문제는 산업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대학이 아직도 실상을 제대로 못 느끼는 것 같다는 점이다. 사실 전국의 공대를 지금처럼 산학협력 아닌 논문에만 매달리는 연구중심대학으로 몰아간 건 다름아닌 정부였다. 논문만 많이 생산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각종 예산도 그쪽으로만 편중 배정됐던 것이 사실이다. 실용을 중시해야 할 공대가 인재양성이나 기술개발에는 관심을 둘 이유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정부 지원금만으로도 충분히 먹고사는데 뭐하러 골치아픈 산학협력을 하느냐고 반문하는 공대가 수두룩했다.

사실 여기서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그래서 배점을 높이는 정도가 아니라 정부의 연구지원금을 산학협력에 연계하는 것이 맞다. 산업체 인사 교수채용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산학협력중점교수라는 제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교수 취급조차 못 받고 있다. 교수 승진에서도 산학협력은 찬밥이다. 산학협력 비중은 5% 정도로 논문점수에 비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교수채용과 승진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교수들을 산학협력으로 유도할 방법이 없다.

전공과목 비중도 단지 늘리기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기초가 되는 수학·과학교육도 뒷받침돼야겠지만 내실 있는 실험실습이 이뤄져야 비로소 전공과목을 늘린다는 의미가 살아날 수 있다. 어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내놓은 대책은 방향은 바로 잡았지만 미온적이다. 방향 전환을 막고 있는 무언가의 다른 기득권적 요소가 있다. 이 무언가의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