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흡연자 패소…건보공단 소송으로 '쏠린 눈'

입력 2014-04-10 11:11
수정 2014-04-10 16:08
흡연자들이 담배로 인한 암 발병을 주장하며 담배회사에 보상을 요구한 국내 첫 '담배소송'에서 흡연자 측이 패소하면서 향후 제기될 건강보험공단 소송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암과 흡연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만큼 건보공단이 이 부분을 얼만큼 증명해낼지가 앞으로 소송의 결과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10일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김 모씨 등 흡연자 30명이 KT&G(옛 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2건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담배 자체의 결함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건보공단 소송에도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KT&G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KT&G가 담배를 제조·판매하면서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원고는 KT&G가 담배 제조과정에 첨가물을 넣어 유해성·중독성을 높였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판결로 원고 주장이 잘못됐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건보공단 측에선 이번 대법 판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판결은 개인과 담배회사 간의 소송으로 정부와 제조사 간의 소송 성격과는 다르다는 게 이유다.

건보공단은 빅데이터를 내세워 암과 흡연 간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입증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연세대학교 지선하 교수팀과 공동연구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 자료에 따르면 흡연 남성은 일반인보다 후두암 위험이 6.5배, 폐암 위험이 4.6배, 식도암 위험이 3.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건보재정 지출(의료비 손실액)은 2011년 기준 1조7000억 원에 달하지만 담배회사는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게 건보공단 측의 주장이다.

반면 담배회사들은 결국 판단의 핵심은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를 증명해내는 것인만큼 건보공단의 소송 역시 승소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병철 한국담배협회장은 "이번 판결과 건보공단이 향후 제기할 소송은 법리적으로 같은 사안을 다루게 되는 것"이라며 "건보공단의 소송은 결국 사회적 비용만 발생하게 만들 뿐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오는 11일까지 외부대리인 선임공고를 진행한 뒤 14일께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공단부담금 환수 청구 소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