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노선 넘겨 수익성 제고 포석
[ 이미아 기자 ]
아시아나항공이 수도권을 거점으로 새로운 저비용 항공사(LCC) 설립을 추진하면서 LCC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에어아시아 등 외국계 LCC의 급속한 시장 잠식에 대응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자체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LCC 시장 경쟁 심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9일 공시를 통해 “LCC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노선을 장거리와 단거리로 분리해 단거리 노선 중 일부를 새로 만들 LCC에 넘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거점의 LCC인 에어부산을 자회사로 거느린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 또는 김포공항을 거점으로 신규 LCC를 설립하면 국내 LCC는 6개로 늘어난다. 현재는 에어부산을 비롯해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 애경 계열의 제주항공, 예림당이 대주주인 티웨이항공, 새만금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이스타항공 등 5개다.
아시아나항공이 LCC 신규 설립을 추진하는 첫 번째 요인으로는 국내 LCC 시장의 급성장이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LCC 5개사의 국내 항공시장 점유율은 21.4%로 전년 대비 2.6%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선 점유율은 4.2%포인트 오른 48%, 국제선은 2.1%포인트 오른 9.6%였다. 아울러 지난해엔 5개 LCC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두 번째 이유는 최근 국내 하늘길 취항을 늘리며 항공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외국계 LCC에 대한 위기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계 LCC의 국내 항공시장 점유율은 7%로, 5년 만에 14배 폭등했다. 조만간 두 자릿수를 넘볼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 취항한 해외 LCC는 11개사로, 모두 아시아 지역 저비용 항공사들이다. 국적도 일본과 중국, 홍콩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말레이시아 국적사로 아시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는 한국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진출한 해외 LCC들이 대형 항공사와 맞먹는 자본력과 규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LCC 설립이 출혈 경쟁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은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마당에 추가로 LCC를 설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