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인수 기업으로 간 대기업 인재들

입력 2014-04-09 20:49
수정 2014-04-10 04:29
인사이드 스토리 - PEF가 키우는 '고위 경영임원' 시장

네파 박창근 CEO·넥스콘테크놀로지 박재연 CFO 등
성과에 확실한 보상 시스템…채용시장 6년새 3배 확대


[ 좌동욱 기자 ]
지난해 말까지 제일기획 수석국장으로 일한 김유승 씨(41)는 국내 마케팅·광고업계에서 꽤나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화려한 스펙(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경영대학원 졸업)과 경력(존슨앤드존슨 LG전자 제일기획)을 갖춘 데다 프라다폰과 갤럭시S 휴대폰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등 실무능력도 겸비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올초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김씨는 MBK가 지난해 인수한 아웃도어업체 네파의 최고마케팅담당자(CMO)로 자리를 옮겼다.

PEF가 인수한 기업이 늘어나면서 CEO(최고경영자), CFO(최고재무책임자), CMO, CSO(최고전략책임자), CDO(최고개발책임자) 등 ‘고위 경영임원(C-레벨) 인력 시장’도 커지고 있다. PEF들이 유능한 인재를 스카우트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PEF가 키우는 C-레벨 인력시장

고위 경영진을 전문적으로 기업에 소개해주는 헤드헌팅회사 브리스캔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C-레벨급 채용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전과 비교해 2~3배가량 확대됐다. 같은 기간 국내 PEF 시장 규모(약정액 기준)는 14조6000억원에서 작년 말 44조원으로 3배나 늘었다. PEF 시장 팽창과 C-레벨급 인력시장 확대가 궤를 같이했다는 얘기다.

실제 기업을 사들인 PEF들은 거의 대부분 외부 인력 영입을 통해 경영진을 새로 꾸린다. 네파는 MBK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CEO(박창근 대표), CFO(손우익 상무), CMO(김유승 상무) 등 경영진 3명을 모두 외부에서 영입했다. 2년 전 일본계 PEF인 유니슨캐피탈이 매입한 넥스콘테크놀로지 역시 CFO(박재연 전무), COO(김창겸 전무) CHRO(최고인사책임자·김태흥 상무) 등 10여명을 스카우트했다. 박 전무는 효성그룹 전략기획본부, 김 전무는 애플 본사의 배터리 구매체인사업부, 김 상무는 삼성전자 인사팀 출신이다.

○“확실한 성과 시스템이 매력”

‘잘나가는’ 대기업의 인재들이 PEF가 인수한 기업으로 둥지를 옮기는 가장 큰 이유는 ‘확실한 보상 시스템’에 있다. PEF가 사들인 기업에 스카우트된 경영진은 기본 연봉 외에도 연간 성과 보너스, 회사 재매각에 따르는 성과급(엑시트 보너스)을 받는다.

PEF의 목표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린 뒤 비싸게 되파는 것’인 만큼 회사 가치를 끌어올릴 주역인 경영진에게 막대한 인센티브를 내건다.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박병무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현 보고펀드 공동대표) 등이 PEF가 인수한 기업을 성공적으로 재매각해 수백억원대 엑시트 보너스를 챙긴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보험 마케팅의 귀재’로 MBK가 인수한 ING생명보험의 영업총괄부사장으로 이달 영입된 차태진 전 메트라이프 전무는 “경영진에게 자율을 부여하면서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보상 시스템이 PEF가 소유한 기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유재호 브리스캔영 대표는 “MBK처럼 기업의 경영권을 사고파는 바이아웃 펀드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C-레벨 인력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