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RP, 현금화 쉽고 은행 적금보다 高금리…사회 초년생 목돈 마련에도 딱이네

입력 2014-04-09 07:00

직장인 김모씨(31)는 최근 고민이 많다. 어렵사리 입사해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반갑기 그지 없지만 도통 이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아서다. 은행 적금을 들자니 쥐꼬리만한 이자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식이나 요즘 인기 있다는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데 넣어두자니 원금을 까먹을까 겁이 난다. 매일 이자가 붙는다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자동 이체돼 쌓이는 잔액이 늘어나다보니 씀씀이만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비슷한 월급을 받는 옆 부서 입사 동기는 3년 만에 벌써 5000만원을 모았다고 한다. 슬쩍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비결을 물었다. 그는 “사회 초년생 때는 수입의 50% 이상을 저축해야 한다”면서 “은행 예금 대신 금리가 좀 더 높은 RP(환매조건부채권)에 매달 꼬박꼬박 투자한 결과”라고 귀띔했다. 재테크 잘하기로 소문난 동기의 권유에 그는 당장 RP 투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고금리 상품으로 인기

RP란 확정금리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 때 다시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조건으로 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채권이다. 만기가 긴 회사채 등 일반 채권에 비해서는 환금성이 뛰어나고,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높다는 점에서 최근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은행 예금이나 적금과 달리 RP는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상품이다. 하지만 채권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주식 혹은 채권 관련 상품에 비해서는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채권은 발행하는 금융회사의 신용도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해당 회사가 파산 혹은 부도가 나 원금 상환이 불가능해지지만 않으면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 은행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5000만원이지만 RP는 담보 채권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투입된 금액 전액이 회수 대상이 될 수 있다.

RP의 구조는 은행 예금과 동일하다. 약정을 체결한 당시 판매회사에서 제시한 금리를 만기 때까지 보장받는 형식이다. 일반적으로 발행되는 RP의 만기는 3개월, 1년 등으로 짧지만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최근에는 3년 만기 장기 투자 상품도 등장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RP는 기본적으로 연평균 3% 초·중반대 금리를 제공한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평균 2.6~2.8%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은행 적금과 가장 큰 차이점은 중도 해지를 할 때도 보장 금리가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행 상품의 경우 만기가 되기 전에 중도 해지를 할 경우 금리가 1%대로 떨어진다. 하지만 RP를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중도 해지를 하더라도 투자자가 가입할 당시의 수시 입출금형 RP 금리(현재 평균 2.5% 정도)를 보장한다. 급한 일이 생겨 만기를 채우지 못할 때 원금에다 어느 정도의 이자는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RP 투자를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보통 단기 상품인 CMA가 자금을 굴릴 때 주로 RP에 투자하기 때문에 RP형 CMA 계좌를 트는 방법이 있다. 이외에 적립식으로 예금처럼 RP 투자를 하고 싶다면 별도로 적금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증권사 RP ‘완판 행진’

지난해부터 주요 증권사들이 특판으로 내놓는 RP 상품은 단기간 내 물량이 소진되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DB대우증권이 지난해 내놓은 특판 RP 상품은 가입 고객 수만 1만7000여명에 달하고, 유입된 자금도 1조원이 넘는다. NH농협증권도 매주 상품을 출시하는 월요일 오전에 판매 물량이 동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동부증권도 최고 연 5%짜리 RP를 선보이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현재 적립식 RP 상품을 판매 중인 증권사는 대신증권과 KDB대우증권이다. 대신증권의 ‘밸런스 월 적립형 RP’는 최소 연 3.2%에 보너스 금리를 제공한다. 별다른 부가 조건 없이 확정금리를 제공하고, 연계 신용카드인 롯데카드 사용 금액에 따라 최대 1만5000원(카드 사용금액 100만원 이상 조건)의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한다. 계약기간은 1년이며 매월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

결혼자금 등 목돈 마련이 목적인 20~30대 사회 초년생이나 예금금리보다 높은 이자수익을 원하면서 신용카드 사용 빈도가 높은 고객들에게 인기있는 상품이다.

KDB대우증권이 판매하는 ‘특별한 적립식 RP’는 만기가 3년인 비교적 장기 상품이다. 연 4%의 금리를 보장한다.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 회사채를 담보채권으로 편입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점이 장점이다. 만 18세에서 35세 미만 신규 고객이라면 누구나 조건없이 가입할 수 있다. 월 납입한도는 20만원이다.

이 밖에 최근에는 소득공제 장기펀드(일명 소장펀드)와 결합해 절세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은퇴 자산관리 프로그램인 ‘네오(Neo)50플랜’을 통해 RP형 CMA 계좌를 개설하고 소장펀드를 가입한 고객에게 연 3.7~4.2%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적립식으로 12개월 이상, 20만원 이상을 자동이체할 경우 기본금리 2.4%에 우대금리 1.3%를 얹어주는 식이다. 소장펀드와 다른 상품을 합쳐 1000만원 이상 거치식으로 예치하면 매수 금액의 10% 한도로 우대금리 1.8%를 더한 연 4.2%의 고금리를 제공한다.

유진투자증권도 소장펀드 가입자 대상으로 선착순 6000명에게 최대 3개월간 연 6.0%의 RP 금리를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소장펀드와 RP에 동시 투자할 경우 고금리를 누리며서 절세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강지용 < 대신증권 패밀리오피스 상품부 팀장 howru@daishin.co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