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비공개로 의혹 키우는 법무부

입력 2014-04-08 20:36
수정 2014-04-09 04:01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


[ 양병훈 기자 ] 법조인 선발과 관련해 요즘 ‘뒷말’이 많다. ‘어떤 고위공직자의 딸이 나쁜 성적에도 불구하고 대형 로펌에 들어갔다’거나 ‘어떤 정치인이 인맥을 활용해 유력 로스쿨에 아들을 합격시켰다’는 등의 얘기다. 의심되는 유력인사 자녀의 리스트가 은밀하게 떠돌기도 했다.

법조계가 원래 뒷말이 많은 동네여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법조계에서 이 정도 얘기까지 나온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이 모두 공개돼 법조인 선발의 좌표 역할을 했다. 이런 체계에서는 은밀한 뒷심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는 게 중론이다.

이래저래 떠도는 설들은 모두 설에 그칠 수도 있다. 점수가 법조인 선발의 유일한 기준이어야 하는 이유도 없다. 뒷말은 보통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때 나온다. 로스쿨-변호사시험으로 이어지는 법조인 선발 과정이 지나치게 가려져 있는 게 뒷말이 도는 근본 원인이다.

대표적인 게 변호사시험 점수 비공개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에 따르면 합격자 본인도 자신의 변호사시험 점수를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로펌은 변호사를 뽑을 때 다른 정보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특정 지원자의 합격이 집안, 인맥 등 배경 덕분이라는 말이 자꾸 나도는 이유다. 로스쿨의 학생 선발 과정도 마찬가지다. 기준이 불분명한 면접으로 사실상 당락을 가르다 보니 뒷말이 나오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의 빗장을 풀어도 모자랄 판에 법무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1, 2회 때와 달리 법무부는 올해부터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법무부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법고시 의사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은 모두 합격자 명단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무부는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도 공개하지 않는다. “학교별 서열화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감출수록 의혹은 더 커진다. 학교 간판에 따른 서열화가 심화될 수도 있다. 거꾸로 정보를 풀어 투명성을 높인다면 공정한 순위를 유도하지 않을까.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