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상생 3.0' 드라이브
자생력 키우는 프로그램 도입
경영노하우·해외진출 등 지원
[ 이태명 기자 ]
‘동반성장’이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00년대 초부터다. 당시 대기업 동반성장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자금 지원’이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중소기업들은 경영 노하우, 해외 네트워크 개척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30대 그룹이 7일 내놓은 동반성장 실천계획은 바로 이 대목에 주목했다.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제기한 게 ‘상생 1.0’, 협력사에 대한 자금 지원이 ‘상생 2.0’이라면 이번 실천계획은 협력사의 자생력을 키우는 ‘상생 3.0’이라 할 수 있다.
30대 그룹이 내놓은 올해 실천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대다수 그룹이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의 자생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원금액을 작년보다 7.6% 늘어난 1조7000억원 이상으로 증액했다. 분야별로는 △판매·구매 지원 5592억원 △생산성 향상 4527억원 △연구개발(R&D) 2855억원 등이다.
삼성은 내년까지 유망 협력사 50곳을 선정, 기술·인력·자금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글로벌 강소기업’ 프로젝트에 더해 1·2차 협력사 간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5년간 총 640억원을 지원해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기술 및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협력사 애로사항을 해소해주는 상생 컨설턴트 200명도 두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동안 1차 협력사 위주로 진행했던 상생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중견기업, 2·3차 협력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상생 노력을 통해 협력사 매출 합계가 2001년 733억원에서 작년 2373억원으로 늘었다”며 “올해는 보다 넓은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SK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400억원 상당의 신기술투자펀드를 조성한다. LG그룹은 2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하는 동반성장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영컨설팅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성과공유제를 확대하겠다는 그룹도 많았다. 성과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사가 공동으로 제품 개발, R&D를 하고 여기서 얻는 성과를 나눠 갖는 제도다. 포스코는 성과공유제 지원 규모를 작년 620억원에서 올해 7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도 올해 연간 200건 이상 성과공유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