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에 인턴십 개념 도입 '엔턴십'… 실패해 봐야 창업 잘한다"

입력 2014-04-07 11:33
[인터뷰] 올 초 신설 동국대 청년기업가센터 전병훈 센터장


“엔턴십(Enternship)의 역할은 실패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엔턴십 과정에서의 실패 경험은 창업이 됐든 취업이 됐든 학생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난 4일 벚꽃이 흩날리는 동국대 캠퍼스에서 만난 전병훈 청년기업가센터장(사진)은 엔턴십의 역할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실패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턴십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인턴십(Internship)을 합친 말. 창업을 원하는 학생이 창업 아이템과 관련된 회사에서 인턴십을 경험토록 한 제도다. 올 2월 문을 연 동국대 청년기업가센터가 내세운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회사에서 주는 일을 그대로 배우는 게 인턴십이라면, 엔턴십은 학생 본인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관련 기술과 기업가정신을 배운다는 점에서 다르다.

전 센터장은 “창업은 아이디어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창업에 도전한 사람들 중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실패를 경험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엔턴십은 이러한 청년창업을 조금 앞당겨 대학 졸업 전 경험해 보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는 “학교 안에선 실패해도 도와주고 고쳐줄 수 있지만 사회에 나가면 한 번의 실패가 큰 좌절감으로 돌아온다”며 “학생일 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스스로 창업과 취업 가운데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 센터장은 창업교육의 목적도 결국 취업이라고 강조했다. 창업이 취업의 일부이며 창업교육에서 실패를 경험한 학생들도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의 성패보다 창업 과정에서 얻는 창의적·도전적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며 “창업에 재능이 있는 학생은 졸업 후 창업에 나서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교육 과정에서 배운 창의적 마인드를 무기로 다른 곳에 취업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센터를 창업 교육의 ‘컨트롤 타워’라고 표현했다. 동국대가 창업교육의 효율성을 높여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교내 창업 관련 기구들을 하나로 통합해 만든 것이 청년기업가센터다. 그동안 동국대에선 여러 부서가 동시에 창업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동국대는 그동안 학생들의 창업교육에 힘써왔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에,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창업선도대학에 각각 선정됐다. 관련 부서를 통합해 신설된 청년기업가센터는 이들 프로그램을 관리해 창업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게 됐다.

센터에선 ‘창업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캡스톤 디자인은 원래 공학계열 학생들에게 산업현장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도입된 교과 과정이다. 이 과정을 창업 교과 과정에 가져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팀을 이뤄 아이디어 제안에서부터 설계, 분석, 제작 단계까지 진행하도록 했다.

전 센터장은 “실제 창업 캡스톤디자인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창업동아리를 만들어 장애인용 자전거를 개발하고 사업화에 성공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다른 대학 창업지원센터와의 차별점으로는 재능 기부를 꼽았다. 학생 개개인의 창업 경험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포커스를 맞췄다.

그는 “창업 캡스톤디자인 참여 학생들이 성남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며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맞춤형 캡스톤디자인으로 지역사회와 청년창업의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전 센터장은 “창업 전문가들 가운데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 많다. 창업에선 강의나 실습 등 정규 교과보다 멘토의 관심과 조언이 더 큰 도움이 된다”며 “공대 교수라 창업 전문가는 아니지만 열정 하나로 학생들과 같이 창업을 공부하고 해보자는 마음으로 센터를 운영할 생각”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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