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상승 피로감 겹쳐
[ 뉴욕=유창재 기자 ]
지난해 미국 증시의 상승을 이끌었던 인터넷, 소셜미디어, 바이오 등 이른바 ‘고성장 모멘텀주’가 최근 들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이 줄면서 성장주 중심에서 가치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바꾸는 모습이다. 2009년부터 지속된 대세상승장(불마켓)이 막바지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증시는 지난주 상승세로 시작했다.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달 31일 “미 경제는 Fed의 지원이 상당 기간 필요한 상태”라고 발언하면서 주 초반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올랐다. 하지만 목요일인 지난 3일부터 주춤해진 증시는 4일 동반 급락했다. 특히 링크트인(-6.3%) 넷플릭스(-4.9%) 판도라(-4.9%) 등 인터넷주가 폭락하면서 전체 증시의 하락폭을 키웠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6%, 나스닥 바이오테크지수는 4.1% 하락했다. 2011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투자 분위기가 바뀐 것은 5년간의 불마켓으로 상승 피로감이 쌓인 데다 Fed가 출구전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해도 증시 상승세는 이어지겠지만 작년처럼 모든 종목이 오를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에 따라 유독 주가가 많이 오른 모멘텀주가 희생양이 됐다. 지난 1년간 110% 상승한 페이스북은 4일 하루 동안 4.6% 하락했다. 1년간 405% 급등한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주가도 이날 5.8% 떨어졌다.
올해 초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아이셰어(iShare) 나스닥 바이오테크 상장지수펀드(ETF)에 지난 1~2월 두 달간 5억2600만달러가 유입됐지만 최근 2주간 같은 펀드에서 2억8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지난달 헤지펀드도 큰 손실을 입었다. 특히 기술주에 집중 투자하는 앤도어캐피털은 지난달 손실률이 18%에 달했다.
한편 뉴욕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는 당초 계획보다 상장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테크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검열 등으로 웨이보 사용자 증가세가 둔화된 것도 웨이보의 자신감을 떨어뜨렸다. 웨이보는 4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시가총액 목표를 39억달러로 보고했다. 올초만 해도 70억~80억달러에 달했던 목표치가 3개월여 만에 반토막 난 셈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