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공기업 불공정거래 행위 6개월마다 실태 파악하겠다"

입력 2014-04-06 21:13
발주자로서 지위 남용
거래처에 부실전가 감시

자산 5조 넘는 대기업
공시의무조항 필요한지 검토


[ 김주완/주용석 기자 ] “앞으로 공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6개월 단위로 점검해 나갈 계획입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현재 공기업의 각종 불공정거래 유형에 대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규제 개혁에 경제민주화 정책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로 정부가 정책 목표를 위해 도입한 규제나 오래된 법 규정 중 실효성이 떨어진 것들을 개선하겠다는 설명이다.

노 위원장은 또 “올해는 무엇보다 지난해 보완한 법과 제도의 성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법 집행에 집중하겠다”며 “최근 중국 등 세계적인 경쟁법 강화 흐름에서 한국 기업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일도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조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공기업에 대한 각종 개혁 조치가 내부 경영 효율화가 아닌 거래 상대방에게 부실을 떠넘기는 식으로 전개되는지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실제 일부 공기업은 해당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대규모 발주자의 지위를 남용해 자회사는 지원하면서 실제 거래업체에는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민간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가 개혁 대상인지 궁금하다.

“대부분 ‘~하려면, ~하라’는 식으로 표현된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들이다. 특히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들의 각종 공시 의무 조항이 꼭 필요한 규제인지 검토하려고 한다. 기업들의 경영 과정은 생략된 채 실적 등 공시 결과만 보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또 앞으로 규제를 신설 또는 강화할 경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규제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눈을 부릅뜨고 보겠다.”

▷최근 건설업체들에 대한 강도 높은 담합 사건 조사와 과징금 부과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가 있다.

“공정거래법이 경기상황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집행될 때 경제 체질이 개선되고 경제계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다만 기업들의 과거 잘못에 대해서는 엄하게 제재하지만 미래 수익과 직결되는 공공공사 입찰 참가 제한 등의 추가 조치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

▷왜 경제민주화는 규제 개혁 대상이 아닌가.

“어려운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국회를 통과해 마련된 것이다. 이제 막 시행됐는데 규제 기준을 변경하면 기업 경영과 경제민주화 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

▷남은 경제민주화 과제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가장 우선 순위에 둘 예정이다. 다음은 대기업의 금융보험 자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이다. 이 법들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관련 기업들이 지배구조 전환에 상당한 비용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 여건을 봐가며 추진할 생각이다.”

▷공정위 제재에 대한 행정소송 절차를 2심제에서 3심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3심제로 소송 기간이 길어지면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돼 기업의 구조조정과 경쟁질서 회복이 지연되기 쉽다.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의 구제 받을 시기가 늦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공정거래 분야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제 시작이다. 지난해 경쟁 부문에 ‘명백하고 투명하게’란 문구를 넣는 것도 힘들었다. 현재 원칙이 명확지 않은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방어권을 충분히 갖고 차별적 법 집행이 없도록 하겠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로 새로 조직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는데.

“새로 도입된 제도를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 다만 대기업 전담조직 등 특정 그룹을 타깃으로 하는 부서 신설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김주완/주용석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