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與, 자민련 떠올리게 하려는 속셈"
새누리 "단어 앞자만 따온 것…삼척동자도 안다"
[ 은정진 기자 ]
정당 약칭을 두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간 설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 당시 당명 약칭을 ‘새정치연합’으로 공표했다. 20여일이 지났는데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를 무시하고 각종 논평이나 공개 발언에서 통합신당을 ‘새민련’으로 부르며 갈등에 불을 붙였다.
새정치연합 측은 과거 자유민주연합의 약칭인 ‘자민련’과 비슷한 이름으로 부르며 은연중에 ‘새정치’라는 긍정 프레임을 희석시키겠다는 새누리당의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이 호칭에서 입장을 바꾸지 않자 새정치연합도 새누리당을 ‘새리당’이라고 불렀다.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정치권에선 의례적으로 정당 약칭을 단어 앞자만 따왔기 때문에 ‘새민련’이라 부르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4일 “새민련은 ‘새정치’ ‘민주’ ‘연합’이라는 각 단어의 앞자리를 딴 줄임말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당명 약칭과 관련한 논쟁은 과거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있었다. 정치 활동 규제에서 풀려난 김영삼·김대중 등 당시 야권 인사들이 1985년 ‘신민당’을 창당하려고 했다. 하지만 1960년 4월 혁명의 결과로 집권한 민주당 내 구파가 신파와의 갈등에서 패배한 뒤 당을 나와 그해 12월 창당한 신민당과 이름이 똑같았다. 결국 당명을 신한민주당으로 정한 뒤 약칭을 ‘신민당’으로 사용했다.
1987년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도 약칭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통일민주당이 ‘민주당’이라는 약칭을 선점하고 평화민주당을 ‘평민당’으로 부르자 평화민주당 쪽도 통일민주당을 ‘통민당’으로 칭하며 맞불을 놨다.
2003년 열린우리당도 출범 당시 ‘우리당’이라고 불러줄 것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열우당’이라고 부르며 마찰을 일으켰다. 각 정당이 일반적으로 “우리 당은…”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헷갈릴 수 있다며 열린우리당에 대해 ‘열우당’이란 약칭을 고수했다.
옛 민주노동당도 약칭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다른 정당과 언론에서는 민노당으로 약칭하면서 “그게 싫으면 노동당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조선노동당에 비견되는 것을 꺼려 “우리는 약칭이 없다. ‘풀 네임’으로 써달라”고 요구했다. 2011년 창당한 통합진보당은 진보당을 요청하고 있지만 보수 정당 등 일각에서는 ‘통진당’을 약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