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중기적합업종만이 아니었다. 전문지식인들인 변호사들도 자율규제의 옷을 입은 엉터리 규제로 속앓이를 한다고 한다. 기업들은 아무리 수백명의 사내 변호사 진용을 갖추고 있어도 1년에 10건까지만 자체적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하는 소송은 로펌 등 외부에 맡겨야 한다는 대한변호사협회 내부 규제가 있다고 한다.
사내변호사들이 외부의 독립 변호사나 로펌에 맡기지 않고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소송 한도는 1년에 10건뿐이다. 한 회사에 변호사가 1명이든 100명이든 무조건 10건이다. 기업이 관련된 분쟁이 생기면 본안 외에도 가압류, 가처분, 강제집행 등 통상 예닐곱 건의 절차소송이 병행되지만 이를 한 건씩 따로 계산한다. 사안 하나로도 10건이 모두 차버린다. 기업으로선 이런 불합리가 없다. 분쟁에 휘말리면 사내변호사를 두고도 값비싼 비용을 치르며 로펌을 찾아야 한다. 변협의 ‘겸직허가 및 신고지침’ 6조 1, 2항이 그렇게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별도의 ‘겸직허가 및 신고규정’ 16조는 한도 위반시 겸직취소 처분까지 내린다. 10건을 넘으면 기업근무가 강제로 저지되는 것이다.
이런 기발한 규제는 영리 경영자의 사용인을 금하는 변호사법 38조2항에 의거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한다. 변호사법 해당 조항의 취지는 변호사의 공공성 유지일 테지만 현실은 로펌에 송무 일거리를 몰아주는 근거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내변호사 업무가 제한되면서 고임금의 변호사를 고용한 기업 입장에선 강제로 일감을 외부에 맡겨야 한다. 형식은 변협 내규지만 변호사법을 관리하는 법무부가 뒤에 버티고 있다. 법률시장의 상권보호 규제다. 일거리를 받아채는 로펌들이 골목상권도, 중기도 아닌 우리 사회의 최강자층이란 사실은 전문 자격사 규제의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