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노트] 위기의 메리 바라, 도요다 아키오에 배워라

입력 2014-04-04 13:04

[ 김정훈 기자 ] "차량 결함으로 피해를 본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리콜 지연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

메리 바라 GM(제너럴모터스) 최고경영자(CEO·52)는 지난 1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는 자동차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리콜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GM은 2005년부터 쉐보레 코발트 등 주요 차량의 점화장치 부품 결함을 알고도 장기간 은폐해 교통사고를 당한 1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시동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주행 중 에어백과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의 오작동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

결국 올 2월부터 현재까지 700만 대에 달하는 GM 차량이 리콜됐다. 리콜 배상액은 수조 원에 달한다. 미국 시장에선 2010년 가속페달 문제로 1000만 대 이상 리콜한 도요타 이후 최대 규모다.

메리 바라는 올 초 화려하게 등장,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32년 동안 GM에 몸담으며 회사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던 그는 올 1월 GM 역사상 최초 여성 CEO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GM의 부정 행위가 발각되면서 취임 후 석달 만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바라 사장의 현재 모습은 4년 전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 사장과 닮은 꼴이다. 2010년 2월 아키오 사장은 취임한 지 8개월 만에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가 대규모 리콜 건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했다.

그는 청문회를 끝내고 직원들과 만나 눈물을 훌쩍였다. 그날의 아픔은 도요타가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도요타를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었고 당장 회복하기 힘들다는 여론도 많았다. 그러나 도요타는 뼈를 깎는 노력과 품질 관리에 힘입어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고 저력을 보여줬다.

도요다 사장은 리콜 후 현장 곳곳을 다니면서 품질을 꼼꼼히 체크했다. 개발중인 신차의 경우 서킷에서 직접 몰아보는 등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메리 바라가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선 도요타를 바라봐야 한다. 위기를 극복한 도요타로부터 교훈을 찾을 필요가 있다. 2009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GM이 다시 일어났듯 이번 리콜사태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게 CEO의 역할이다. 메리 바라를 향한 평가는 지금부터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