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간판'사업가로…
남다른 사업 수완
6000弗 대출받아 컴퓨터 판매업
플로피디스크 수입해 팔아 '대박'
학교 중퇴후 두바이서 회사 설립
32세 젊은 CEO의 새 도전
3억2500만弗 유치…은행업 진출
모바일 메신저·결제 서비스 등 온라인 비즈니스로 사업 확장
'아프리카 사자' 잠 깨나
"사회 안정성·인적 자원 뛰어나…기업환경 '브릭스 국가'와 비슷"
후배 기업인 키워 사회 환원도
[ 김동윤 기자 ]
르완다 내전이 한창이던 1994년, 14세 한 소년의 가족은 우간다로 피란을 갔다. 가족은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마련된 피난촌에 정착했다. 소년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뭐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듬해인 1995년 장사를 시작했다. PC를 사다가 주변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파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돈벌이가 괜찮았다. 이후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고, 결국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기업가로 성장했다.
우간다 최대 기업 마라 그룹의 아시시 타카 회장의 얘기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그의 일대기를 소개하면서 “대부분의 기업가들이 수많은 고난을 겪지만 타카 회장만큼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사업가는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보스포럼은 지난달 올해 32세의 그를 ‘영 글로벌 리더’로 선정했고, 마라 그룹의 성공 스토리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서도 다뤄졌다.
16세 때 가족 부양 위해 사업 시작
두바이에 본사를 둔 마라그룹은 아프리카 지역 총 21개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다. 통신장비, 포장, 호텔, 쇼핑몰, 금융,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통신장비 업체의 경우 아프리카 전 지역을 통틀어 최대 규모다. 포장업체는 중동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마라그룹의 모태는 타카 회장이 캄팔라에 세운 컴퓨터 및 소모품 판매업체다. 당시 그는 부모님이 은행에서 대출받은 6000달러로 회사를 설립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당시 아프리카 지역에서 PC는 그리 흔한 물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무직 종사자나 부유층을 중심으로 보급이 확대되고 있었다. 타카 회장은 플로피 디스크에 주목했다. 우간다에선 플로피 디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두바이에서 플로피 디스크를 수입해 아프리카 지역에 팔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수입하는 족족 모두 팔려 나갔다. 타카 회장은 매주 두바이로 날아가 플로피 디스크를 사서 보따리로 짊어지고 들어왔다.
사업이 번창하자 타카 회장은 아예 두바이에 회사를 설립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는 부모님을 설득해 다니던 학교를 중퇴했다. 사업이 실패하면 다시 복학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두바이에 회사를 차린 타카 회장은 중고 PC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플로피 디스크 외에 다른 PC 소모품들도 팔았다. 이 과정에서 타카 회장은 남다른 장사 수완을 발휘했고,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은행·온라인으로 사업 확장
타카 회장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첫 번째 목표는 아프리카 전 지역에서 영업을 하는 은행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에서 은행장을 지낸 밥 다이아몬드와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1년 전 타카 회장은 한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여기서 다이아몬드 전 행장을 만났다. 불과 몇 분간의 대화 만에 두 사람은 서로 힘을 합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이아몬드 전 행장이 바클레이즈 은행에서 쌓은 선진 금융 기법과 타카 회장의 아프리카 현지 비즈니스 노하우를 결합하면 은행업 진출도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몇 차례 만남을 통해 사업 계획을 구체화했고, 그 결과 아틀라스마라를 출범시켰다. 작년 12월까지 두 사람은 은행 사업을 위해 3억25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타카 회장의 목표는 아틀라스마라를 기업금융 전문 은행으로 만드는 것이다. 주 타깃 고객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소매상들이다. 타카 회장은 “아직 돈을 버는 단계는 아니지만 연내에 금융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타카 회장은 또 온라인 비즈니스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그는 최근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라그룹은 조만간 세 개의 재미있는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마라 메신저’(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마라 페이’(모바일 결제 서비스), ‘마라 멘토’(온라인 교육 플랫폼)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밝혔다. 타카 회장은 ‘마라 메신저’를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소셜미디어서비스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아프리카는 ‘잠자는 사자’
마라그룹은 현재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다. 타카 회장은 그러나 여전히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종종 “지금까지 ‘인도의 호랑이’와 ‘중국의 용’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아프리카 사자’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마라그룹 로고에 사자 문양을 사용하는 이유다. 타카 회장은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나, 다른 나라 기업인을 만날 때면 종종 아프리카의 기업 환경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아프리카의 기업 환경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아프리카 동부 지역 국가들의 기업 환경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 국가’들과 비슷하다. 게다가 동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사회적 안정성이 높고, 인적자원도 뛰어나다. 향후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타카 회장은 다만 “아프리카에는 총 54개 국가가 있는데, 이들 국가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아프리카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개별 국가들의 차이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카 회장은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기업이 커 나가는 과정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는 반드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마라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지는 방법으로 후배 기업인 육성을 선택했다. 아프리카 경제가 지금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들이 많이 나와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타카 회장은 마라파운데이션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재단을 통해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싼값에 사무실을 임대해주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괜찮은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기업들에는 직접 투자도 한다. 그는 후배 기업인들에게 몇 가지 원칙을 지키라고 조언한다. 우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반드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어떤 일을 하든 아프리카 전역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라고 권한다. 셋째, 어떤 일을 하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원칙들은 타카 회장 자신이 성공적인 사업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타카 회장은 자신의 가장 큰 실패 경험으로 10여년 전을 꼽는다. 그는 “당시는 사업이 한창 커 나갈 때였는데 어떤 일을 시작해도 그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는 엄청난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규모가 크건 작건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의 모든 일을 빈틈없이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