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권 발행·판매는 '불법'
네이버 중고카페 70여건 올라와…병원 "기업 단체용·기부용만 제작"
'발행금지는 과잉규제' 논란도
정부 "병원간 과당 경쟁 가능성"…소비자 "의료상품권 일부 인정을"
[ 조미현 기자 ]
“95만원짜리 VIP 건강검진권을 50만원에 팝니다.”
3일 네이버 중고거래카페 ‘중고나라’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내과 건강검진권을 판매한다는 글과 건강검진권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회사에서 선물로 받았다는 건강검진권에는 ‘95만원 완납’이라는 표시와 도장이 찍혀 있었다.
국내 대형 보험사에서 발행한 건강검진권도 이 카페에서 3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이 건강검진권은 전국 36개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한 대학병원의 종합건강검진이용권 역시 32만원에 팔리고 있다. 올 들어 이 카페에 올라온 건강검진권을 사고팔겠다는 글만 73건에 달했다.
○건강검진권은 의료법상 불법
하지만 현행법상 건강검진권을 발행하거나 할인·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것도 안 된다.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 부담금을 면제·할인하거나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 혹은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것을 금지(의료법 27조3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의료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건강검진권을 발행·판매하는 것도 위법이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상품권처럼 건강검진권을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는 법에 위배된다”며 “중고나라 거래는 사적인 거래이긴 하지만 불법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병원들 “판매용 발행 아니다”
건강검진권을 발행한 병원들은 일반인들에게 팔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업 등을 위한 단체용 또는 기부용으로만 제작했다는 것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직장이나 단체의 검진을 편하게 받기 위해 기업들이 원하거나 시민단체 등에서 지원을 요청할 때 건강검진권을 발행한다”며 “이런 경로를 통해 얻은 건강검진권을 개인이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B병원 관계자도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선물하기 위해 소량으로 만든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과도한 규제’ 비판 목소리도
정부가 건강검진권 매매에 제한을 두는 것은 일차적으로 ‘병원 간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서다. 건강검진권을 허용하면 무분별하게 판촉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홍보용 건강검진권이 실제 검진비보다 싼 값에 판매되는 ‘블랙마켓’이 형성될 수도 있다.
건강검진권 판매가 허용되면 병원 간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결국 의료서비스 질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행위를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하지만 건강검진권 발행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건강검진권을 선물로 활용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병원 광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듯 개원 병원의 홍보 수단으로 건강검진권 등 의료상품권을 일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춘균 대한병원협회 대변인은 “현물을 주고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해야 하지만 개별 병원 운영에 따라 제한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