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동양매직 매각주관사, '인수후보 옥석가리기'

입력 2014-04-03 14:46
수정 2014-04-18 09:37
17곳이던 인수후보 중 9곳만 실사...IB업계 "삼일회계법인 때문에 후보들 떠났다"주장
삼일회계법인 법원과 ㈜동양, 인수후보측에 제각각 다른 말... '이중플레이'논란
1000만원 고가 데이터룸 비용 요구에 공시자료 수준 데이터룸까지...인수후보자들 '실망'


이 기사는 04월03일(14:3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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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이라고 여겨졌던 동양매직 매각전이 매각주관사 때문에 인수후보자들이 대거 떠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매각주관사의 '실수'는 ‘동양매직 매각 흥행에 따른 고가 매각 실패’→‘대주주 ㈜동양의 회수 감소’→‘동양그룹 회사채·기업어음(CP) 투자자 회수액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동양매직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를 하는 후보는 총 9곳이다. 지난달 하순 동양매직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예비입찰 결과, 인수후보군 17곳 중 3곳을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실사기회를 준 곳은 14곳이었으나 정작 9곳만 실사를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동양매직 인수후보군이 당초 인수의향서(LOI)를 낸 17곳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매각주관사의 ‘실수’와 ‘이중플레이’가 원인이었다는 지적이다.

◆평균 2배 이상 수수료 요구...㈜동양과 법원엔 “저렴한 편입니다.”속여
IB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동양매직 인수후보군에게 기업 정보가 담긴 ‘데이터룸’을 열고 실사할 기회를 주면서 업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IB업계 관계자는 “보통 200만원에서 300만원하는 법정관리 기업의 데이터룸을 보는 수수료를 삼일회계법인이 1000만원씩이나 받는다고해서 깜짝 놀랐다”며 “인기 있는 인수·합병(M&A) 거래도 데이터룸 수수료로 500만원을 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IB업계에서 추정하는 동양매직 몸값은 2000억~300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보다 20배 이상 몸값이 큰 대우조선해양(2009년 당시 5조~7조원)도 당시 매각주관사(산업은행)의 데이터룸 수수료는 500만원에 불과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동양매직 매각을 추진하는 최대주주인 ㈜동양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게는 “1000만원은 데이터룸 실사 비용으로는 업계에서 저렴한 편”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각주관사의 수입으로 대부분 돌아가는 동양매직 데이터룸 수수료를 인수 후보 측에 터무니없이 높게 요구하면서, 정작 매각권한이 있는 ㈜동양과 법원에게는 저렴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관심 없던 인수후보자를 “탈락시켰다”고 법원,㈜동양에 보고
인수의지가 약했던 후보에 대해 ‘탈락시켰다’고 표현한 것도 매각주관사의 ‘이중플레이’였다는 지적이다. 동양매직 매각 담당인 최주호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지난달 하순 동양매직 인수후보군 17곳 가운데, 홍콩소재 한국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를 비롯해 삼라마이더스(SM), 스카이레이크 등 3곳을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과 교원, 쿠쿠전자, 귀뚜라미, 일본 팔로마-글랜우드컨소시엄, KG그룹, KTB 프라이빗에쿼티(PE), 한앤컴퍼니, 아주IB-기업은행PE컨소시엄 등 총 14곳을 적격인수후보군(쇼트리스트)로 선정했다는 얘기다.

최주호 전무는 당시 “어피니티는 너무 까다로운 요구가 많은 데다 딜을 스스로 이끌려는 성향 때문에 법원이 싫어할 것 같아서 떨어뜨렸다”고 법원 핑계를 댔다. 또 “SM 그룹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인수금융을 받으면서 추가 M&A시 채권단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이 제약요인이었다”며 “스카이레이크는 매각주관사에 전화도 하지 않는 데다 블라인드펀드에 대한 증빙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은 ㈜동양 관리인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게도 전달됐다.

하지만 당시 매각주관사가 “탈락시켰다”고 표현한 인수 후보 측 입장은 180도 달랐다. 한 인수후보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관심 없다고 밝혔다”며 “삼일회계법인이 동양매직이 마치 ‘핫딜’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여러 곳을 떨어뜨렸다고 말해 당황스러웠다“고 반박했다.

스카이레이크의 설명도 삼일회계법인이 ㈜동양과 법원에 보고한 내용과 달랐다. 스카이레이크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 내 다른 담당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었는데, 매각주관사가 ‘전화가 안 왔다’고 해서 떨어뜨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금감원에 등록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블라인드펀드인데, ‘증빙이 부족했다’는 것도 거짓”이라고 토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이후 스카이레이크의 탈락을 철회하고 다시 인수후보에 들어올 것을 요청했지만 스카이레이크는 이를 거절했다.

◆공시자료 수준 데이터룸 제공해놓고 인수후보측에 “법원 때문에“핑계
“거의 공시 자료 수준이네요. 이걸로 어떻게 실사를 하나요.”

1000만원을 주고 동양매직 실사를 하려다 포기한 또 다른 인수후보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이 공개한 데이터룸 자료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 그는 “동양매직과 관련한 데이터룸 자료가 부실하고, 매각주관사도 아는 게 없어서 차라리 작년 동양매직 매각주관사였던 골드만삭스에게 물어보고 ‘공부 좀 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 평균 2배 이상의 수수료를 내고 ‘데이터룸’을 통해 실사를 시도한 인수후보측은 저마다 자료가 ‘속빈 강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삼일회계법인측에선 “법원에서 데이터룸 자료를 많이 주지 말라고 요구했다”며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고 인수 후보 측에 귀띔했다는 후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이 작년 대한해운 매각주관사였을 때 법원으로부터 받은 ‘경고’를 만회하기 위해 기존 법정관리 전문가 대신 법정관리 M&A경험이 없고 우리은행 자산 매각 자문만 해온 최주호 전무에게 일을 맡겼다"며 "이로인해 인수 후보 측과 다소 불협화음이 많았다”고 말했다. 법원은 작년 8월 특정 인수후보에 유리하도록 매각을 진행했다며 삼일회계법인에 공개 경고를 했고, 한국선주협회도 당시 불공정 매각 의혹이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삼일회계법인은 법정관리 관련 M&A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고, 법정관리 M&A담당자를 교체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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