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협력업체 CEO 초청…동반성장세미나 개최
직접투자 사모펀드도 운영
[ 박해영 기자 ]
중소기업 블루엔이의 정홍채 사장은 지난달 19일 아침 충북 청원 공장으로 출근하지 않고 서울 광장동에 있는 SK아카디아 연수원으로 향했다. 이동통신 기지국과 중계기를 만드는 이 회사는 SK텔레콤의 1차 협력사다. 이날 SK아카디아 연수원에선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그룹 임원 20여명이 정 사장 등 SK 협력사 최고경영자(CEO) 90여명을 반갑게 맞았다.
올해로 8년째 SK그룹이 개최하고 있는 ‘동반성장 CEO 세미나’ 개강식 현장이다. 김 의장은 참석자들에게 “여러해 동안 SK와 함께한 협력사 분들이어서 이제는 직장 동료를 만나듯 반가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오게 된다”고 말했다. 또 “SK는 앞으로도 흔들림없이 협력사와 한마음 한뜻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 사장은 “현장에서 밤낮없이 일하다 보면 교육기회를 갖기 어려운 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인데 SK 같은 대기업이 교육 인프라와 기술력을 협력사와 공유해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화답했다.
SK가 협력사 CEO를 위해 매년 개최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동반성장 세미나는 상생경영을 위한 SK의 노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단순한 지원으로는 협력업체와의 장기적인 상생이 힘들다고 판단하고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의 동반성장 세미나는 매년 10회에 걸쳐 협력업체 CEO들을 상대로 경영전략, 재무, 마케팅, 리더십 등 기업경영 전반에 관한 핵심 노하우를 교육한다.
SK는 그동안 협력업체와 ‘갑을 관계’가 아닌 새로운 것을 함께 창조하는 ‘직장 동료’로 발전해왔다. SK 임직원들은 세미나를 통해 협력업체와 수평적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경영효율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자고 다짐한다. 협력업체 CEO들은 SK 경영진들과 협력업체의 실상과 애환을 논의하는 소통의 장으로, 동시에 SK 경영진과의 네트워킹을 확보하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SK는 ‘동반성장 e러닝 온라인 과정’을 개설해 협력사 직원들도 쉽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효과가 커지면서 SK의 상생경영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SK는 지난해 3600억원이었던 동반성장펀드 규모를 올해 4200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협력업체에 직접 투자하는 동반성장 사모투자펀드(PEF)도 운영 중이다. PEF는 SK가 우수 기술을 보유한 협력업체와 장기적 관점에서 동반성장하기 위해 2012년 10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지난해에는 콘텔라, 동진쎄미켐, 성창 E&C 등에 투자했고 올해도 가능성이 있는 협력업체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SK는 협력업체의 가려운 곳을 찾아가서 긁어주는 상생경영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울산에서 SK이노베이션 등의 협력업체 40여개사를 위한 ‘SK동반성장 협력사 채용 박람회’를 개최해 중소·중견 협력사의 고용을 지원했다.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복리후생을 돕기 위한 특화된 동반성장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SK는 설, 추석 등 명절 때마다 협력사 임직원에게 온누리상품권을 전달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SK는 국내 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의 동반성장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해 5월 조사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SK텔레콤과 SK종합화학, SK C&C 등 3개 계열사는 최고 수준인 우수등급을 받았다. 특히 SK종합화학은 기술 공동 개발, 특허출원, 해외 판로개척 등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적극 실천한 공로로 지난해 10월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데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이만우 SK그룹 PR팀장(부사장)은 “SK는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절대 명제로 여기고 있다”며 “협력업체와 SK의 발전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