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지우텍 기술협력…편광필름 설비 국산화 성공
연 4000억 규모 中企에 발주
[ 김현석 기자 ]
충북 청원군에 있는 지우텍은 화학설비 및 정밀 산업기계를 만드는 업체다. 1998년 설립돼 첫해부터 LG화학 협력업체로 성장해왔다. 2012년에는 매출의 80% 이상을 LG화학과의 거래에서 거뒀다. LG화학은 단순히 지우텍으로부터 물건을 사기만 하는 게 아니다.
LG화학과 지우텍은 기술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수입에 의존하던 여러 종류의 편광필름 생산설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편광필름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열한 필름을 냉각한 뒤 약품 처리하는 데 쓰이는 냉각수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수조는 2008년 이전에는 대부분 일본 제품을 수입해 썼다.
LG화학과 지우텍은 2006년부터 2년간 공동 연구를 거쳐 수조를 국산화했으며 2012년엔 성능과 품질이 더욱 개선된 설비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설비 원가를 아낄 수 있었고, 지우텍은 해당 공정의 설비 전체를 수주해 2012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50% 이상 급증했다. 지우텍은 작년에도 매출이 30% 이상 커졌다.
LG화학의 구매담당부서는 지우텍과의 의사소통을 넓히기 위해 매달 한 차례 이상 간담회를 열고 있으며, 작년 9월부터는 지우텍 임직원들이 LG화학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LG그룹은 이처럼 협력 중소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함께 커나갈 수 있도록 동반성장을 실천하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100여개 핵심 협력사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시장 상황을 공유하는 ‘동반성장교류회’와 경기 파주공장에 2차 협력사 27곳을 초청해 그들의 의견을 듣는 ‘동반성장 소통데이’를 잇따라 개최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중소협력사와 상생 경영을 통해 20여개 장비를 국산화하고, 해외시장에도 공동으로 진출하겠다는 내용의 ‘동반성장 2014’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LG의 동반성장 전략에는 단순히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미래 성장을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구 회장은 평소 “LG에는 협력회사와의 갑을 관계가 없다” “LG가 협력회사들이 가장 신뢰하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라” “LG는 기술 및 교육 지원 등을 통해 협력회사가 튼튼한 사업 파트너가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는 2010년 △연구개발(R&D) 지원 △장비 및 부품 국산화 △사업 지원 △금융 지원 △협력사 소통 강화 등 ‘LG 동반성장 5대 전략과제’를 발표한 뒤 이 같은 틀에 맞춰 계열사별로 중소기업과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부터 SI광고건설 등 3개 분야에서 연간 4000억원 규모의 계열사 간 거래를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거나 경쟁입찰로 전환한 것이다. LG 관계자는 “그동안 이들 3개 분야 계열사 간 거래 물량에 대해 중소기업이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왔으며 작년부터 대상 물량을 대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또 LG는 지난해 1차 협력사 중심의 2500억원 규모 동반성장펀드를 340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생활건강 등 4개 계열사는 2·3차 협력회사 자금 지원을 위한 20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추가로 조성하기도 했다.
LG그룹은 지난해 초 임직원들이 협력회사를 비롯한 업무 관련자로부터 경조사와 관련된 금품을 일절 받지 않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정도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한편 LG는 올해 착공하는 첨단 R&D 기지인 서울 마곡동의 ‘LG 사이언스 파크’에서도 중소벤처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신기술 인큐베이팅 지원 등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R&D 컨설팅을 위한 동반성장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