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간판급 펀드는 '주춤'
[ 안상미 기자 ]
설정액 1000억원 안팎의 가치주 펀드 중 신흥 강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트러스톤 밸류웨이’ ‘에셋플러스 코리아 리치투게더’ ‘메리츠 코리아’가 주인공이다. 차별화한 운용 전략으로 몸집을 빠르게 불려가고 있다는 평이다. ‘한국밸류 10년투자’ ‘신영 밸류고배당’ ‘KB 밸류포커스’ 등 기존 간판 가치주펀드 몸집이 1조원 이상으로 커지면서 수익률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주보다 장기 성장주 선호”
올 1분기에는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했지만 새내기 가치주펀드들은 약진했다. 설정액이 각각 1000억원 안팎인 이들 3개 펀드는 석 달간 2.73~5.76%의 수익을 거두면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밸류 10년 투자’ 등 기존 간판급 펀드들은 1.57~2.28% 상승에 그쳤다. 간판급 펀드처럼 설정액이 1조원대로 커지면 그만큼 사고팔아야 할 주식 규모가 늘어 운용상 제약이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주춤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7월 설정된 ‘트러스톤 밸류웨이자A’가 올해 1~3월 기록한 수익률은 5.84%로, 설정액 50억원 이상의 가치주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올 들어 이 펀드로 유입된 자금만 381억원에 달했다.
전효준 트러스톤 밸류웨이 펀드매니저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을 주로 사고 있다”며 “1분기엔 이런 기업이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당초 예상보다 주가반등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이 펀드의 주요 편입종목은 작년 말 기준으로 대한약품, 현대홈쇼핑, 블루콤, SK하이닉스, 만도, 에스엠 등이다.
‘메리츠 코리아1’도 작년 7월 설정 이후 7%의 누적 수익률을 거두면서 유망 펀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메리츠자산운용의 경우 1년간 주식 회전율은 15%에 불과할 정도로 장기 투자한다.
◆에셋플러스엔 600억원 ‘뭉칫돈’
2008년 설정된 ‘에셋플러스 코리아 리치투게더’엔 올 1분기에만 총 587억원이 유입됐다. 전체 설정액의 40%가 넘는 액수다.
‘에셋플러스 코리아 리치투게더A’의 올해 수익률은 4.36%로 기록됐다. 전체 가치주펀드 중 두 번째로 높다. 최광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전무는 “최악의 불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 세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업 등을 중심으로 70개 종목에 선별 투자한다”며 “일반적인 가치주펀드와는 편입종목이나 접근법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이 펀드는 현대차2우B, LG화학우, 한국타이어, CJ, 네이버, SK하이닉스, GKL 등을 주요 종목으로 담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