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찰서마다 다른 폭발물 신고 대처

입력 2014-04-02 20:32
수정 2014-04-03 04:48
윤희은 지식사회부 기자 soul@hankyung.com


[ 윤희은 기자 ] “폐쇄회로TV(CCTV)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폭발물 설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서 대피지시는 안 내렸습니다.”

지난달 31일 한바탕 폭발물 수색 소동을 벌인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오후 경찰은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서 여성가족부와 광주 동광교회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는 글을 봤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서울 무교동에 있는 여가부에는 남대문경찰서가, 광주 동천동에 있는 동광교회에는 광주 서부경찰서가 출동해 긴급 수색작업을 벌였다. 작업은 각각 두 시간가량 걸렸다.

두 경찰서가 내린 조치는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서부경찰서가 동광교회 교인들을 즉각 대피시킨 반면 남대문경찰서는 여가부 측에 “폭발물이 접수됐다는 신고를 받았고, 확인해보겠다”는 사실을 전해주는 데 그쳤다. 여가부 관계자도 “대피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이 폭발물 신고는 광주에 사는 박모씨(22)의 허위신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폭발물 신고접수가 진짜였을지도 모를 두 시간 동안 여가부 직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평소처럼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아찔하다. 여가부는 수백 명의 공무원이 근무하는 행정기관이고, 그만큼 대규모 안전사고에 항시 노출된 곳이기도 하다.

남대문경찰서는 “본인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폭발물을 설치한 것 같다’는 제보는 허위신고일 가능성이 높다”며 “무조건적인 대피 지시는 업무 지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일리가 있는 반론이다. 문제는 긴급상황이 벌어졌을 때 경찰서마다 대응방안이 이렇게 달라선 곤란하다는 점이다. 폭발물 신고가 접수됐을 때 적용하는 매뉴얼이 있기나 한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한국은 2009년 이후 사제 폭발물을 이용한 사고가 6건 발생하는 등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허위신고까지 겹치면서 폭주하는 경찰의 업무부담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되풀이되는 ‘안전불감증’과 ‘인재(人災)’를 넘지 않고선 선진국 문턱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을 일선 경찰서부터 되새겨 볼 일이다.

윤희은 지식사회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