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27도서 세계 처음 물결치는 전자구름을 보다'…KAIST 새 전자현미경기술 개발

입력 2014-04-02 12:55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말했습니다. “물체를 쪼개고 쪼개다 보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를 만나는데 이 게 이름 하여 원자다.” (탄소 원자의 크기는 0.2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이 가설은 그 뒤 많은 실험을 거쳐 1920년대에 ‘전자는 파동’이라는 양자역학으로 확립 됩니다. 즉, 원자는 모든 무게를 가진 원자핵과 주변을 구름모양으로 둘러싼 상대적으로 매우 가벼운 전자로 구성됐다는 게 핵심입니다.

1981년 비니히와 로러 박사는 스위스 IBM이 발명한 주사터널링현미경 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을 이용해 전자의 이 같은 구름 모양을 최초로 관측했고 33년이 흐른 지금도 이 기술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 공로로 1986년 노벨 물리학상을 탔습니다.

하지만 STM은 매우 작은 전기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초정밀 · 극저온 · 무진동’ 환경이 요구돼 응용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게다가 전류가 흐르며 원자핵을 둘러싼 전자구름에 영향을 끼쳐 실제로 왜곡된 것을 본다는 문제점을 지녔다는 과학계의 분석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 KAIST는 4월 2일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김용현 교수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여호기 박사가 기존 STM의 문제점을 해소한 새로운 전자현미경 기술, ‘주사제벡현미경 SSM (Scanning Seebeck Microscope)’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주사제벡현미경 개념도= KAIST제공]

신기술은 전자의 구름모양을 상온에서도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게 뼈대입니다. 연구 결과는 미국물리학회 발행하고 물리학 분야 최고권위지로 꼽히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 1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습니다.

맨위 이미지가 바로 이 기술을 통해 찍은 것으로 그래핀의 전자구름이 물결치는 모양으로 설명됩니다.

연구팀은 새로운 전자현미경 기술 개발을 위해 기존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한쪽에 열을 가해 두 물질의 온도차로 전압이 발생하는 ‘제벡 효과’라고 불리는 물리현상을 응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찰물인 그래핀을 약간 가열한 온도인 섭씨 37~57도에 두고 탐침은 27도의 상온에 둬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압을 측정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상온에서 전자구름이 물결치는 모양을 처음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고 김용현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결함주변에서 전자가 물결치는 모양은 양자역학 현상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불립니다.

연구팀의 이번 관측은 ‘원자수준 제벡 효과로 부터 전자구름이 관측되는 이론적 원리를 양자역학에 기초해 규명했다’는 것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기술의 확보’란 의의를 지닌다고 과학계는 강조합니다.

김용현 교수는 “상온에서도 매우 높은 해상도를 보여주는 주사제벡현미경 개발로 그래핀 · 반도체의 결함을 원자단위까지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어 이들 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또 주사제백현미경의 원리를 열전소재 연구에 활용하면 차세대 고효율 열전소재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여호기 박사는 “열과 전자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면 마치 기존 주사터널링현미경 기술에 자연적인 미분증폭기를 설치한 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며 “향후 기존 기술과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