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제로 - 절세가 돌파구
[ 김일규 기자 ]
연봉이 1억8000여만원인 A씨는 지난해 2870만원의 금융소득을 추가로 올렸다. 지난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그는 올해 과세 대상자가 됐다. 기준금액 초과분인 870만원에 세율 19.6%(종합소득세율 35%-원천징수세율 15.4%)를 곱한 약 170만원을 올해 5월에 세금으로 더 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 소득세 최고세율(38%) 과표구간이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하향 조정되는 점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연봉과 금융소득을 받을 경우 내년에 소득세율이 38%로 올라가고, 금융소득에서는 약 196만원(초과분 870만원×세율 22.6%)을 세금으로 더 내야 한다. A씨의 경우 올해 금융소득을 2000만원 이하로 줄이고, 이를 바탕으로 과표를 1억5000만원 밑으로 유지하면 추가 세금 부담이 없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연 2%대까지 낮아진 은행 예·적금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빼고 난 실질 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예금 생활자나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세금 부담이 가중되면서 ‘더 받는’ 재테크보다 ‘덜 뺏기는’ 재테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테크 성적을 좌우하는 절세 전략을 알아보자.
소득 발생 시기·명의 분산하라
세무 전문가들은 금융소득이 특정 시기나, 한 사람에게 몰리지 않도록 소득 발생 시기와 명의를 분산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절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박정국 외환은행 세무사는 “예를 들어 3000만원의 금융소득이 생기는 아버지와 1000만원의 금융소득을 올리는 자식이 있다면 아버지의 소득 일부를 자식에게 나눠 둘 다 2000만원 이하로 맞추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식 증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명의 분산만 할 경우 차명(借名)계좌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세당국이 차명으로 판정하면 명의를 분산했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금융소득으로 판단한다. 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기존 차명계좌를 모두 증여로 신고하는 것도 문제는 있다. 과세당국이 지난해 차명계좌에 대한 증여 추정 시기를 바꿨기 때문이다. 기존 세법은 증여 발생 시점을 ‘차명 자산 명의자가 자금을 인출해 사용한 경우’로 한정했지만 개정 세법은 ‘차명 자산을 보유하는 시점’에 증여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 경우 가산세를 포함해 증여세가 늘어날 수 있다.
소득 발생 시기 분산은 한 사람이 올해 2500만원, 내년에 1500만원의 금융소득이 예상된다면 올해 생길 금융소득 중 일부를 내년에 받음으로써 올해와 내년 모두 2000만원 이하로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발생할 금융소득을 줄이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을 찾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이자를 줄일 수 있다.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돼 내년 금융소득을 2000만원 미만으로 줄이려면 중도 환매나 해지 등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만기 후에도 돈을 찾지 않거나 만기 전 환매 또는 해지함으로써 손해보는 이자와 세금 절약분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비과세·분리과세 상품 노려라
금융소득 중에는 종류에 따라 아예 종합과세 합산 대상에서 빠지는 상품도 많다. 이에 따라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되는 상품을 찾아 미리 금융자산을 옮겨놓을 필요가 있다. 이자·배당소득 등에 대해 정부가 세제 혜택을 점차 줄이는 추세여서 가능한 한 빨리 가입하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비과세 상품으로는 지난해 부활한 재형저축이 있다. 연간 1200만원 한도로 납입할 수 있다. 7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된다. 다만 7년 안에 중도 해지하면 정상 과세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연간 근로소득 5000만원, 종합소득 3500만원을 넘지 않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농·수·신협 등 협동조합의 출자금과 예탁금은 내년까지 비과세 대상이다. 1인당 1000만원 한도의 출자금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예탁금은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준다. 2016년부터는 세율 5%로 분리과세된다. 브라질 국채 등 해외 채권 중에도 비과세 상품이 있다. 하지만 환율 변화에 따라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낮은 세율의 분리과세 상품도 있다. 세금우대저축이 대표적이다. 60세 이상 노인 등이 3000만원 한도로 가입할 수 있으며 세율은 9.5%다.
전·월세 과세 강화…절세 전략은
정부가 전·월세 소득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다(多)주택자들이 동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당장 집을 팔거나, 세금 부담이 적은 전세로 전환하는 것보다 절세 전략을 실행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가장 많이 추천한 방법은 ‘증여’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보유 주택 수를 줄이라는 것이다. 세대를 분리한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해 가구당 주택 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주택자가 1주택을 증여하면 전세는 비과세된다. 3주택자라도 1주택을 증여하면 일단 2016년까지는 과세를 피할 수 있다.
올해부터 성년 자녀는 10년간 5000만원, 미성년 자녀도 2000만원으로 증여재산에 대한 공제금액이 높아진 점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어쩔 수 없이 전·월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정식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 혜택이 상당하다. 취득세는 60㎡ 미만일 경우 면제되고, 60~149㎡는 25%까지 감면된다. 재산세는 40㎡ 미만이면 면제되고, 40~60㎡미만은 절반이 감면된다. 60~85㎡는 25%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전·월세 임대소득을 적절하게 낮춰 비과세 요건을 맞추는 것도 전문가들이 추천한 절세 방법이다. 집을 두 채 갖고 있지만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면 다른 소득과 합해 종합과세하지 않고 14% 단일세율로 분리과세한다. 보증금을 높이는 방법으로 월세 소득을 2000만원 이하로 낮추면 절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세대와 달리 다가구는 1주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1주택일 경우 기준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이면 비과세된다. 9억원을 넘더라도 전세는 비과세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임대하는 방법도 있다. 외국인 세입자는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게 보통이다. 외국인들은 국내 세법에 근거한 소득공제 신청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집주인의 임대소득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형·고가의 주택을 매도하고 소형·저가 주택으로 임대사업을 하는 것도 절세 방법이다. 정부는 국민주택 규모(85㎡) 이하이면서 기준시가 3억원 이하인 주택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