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또 '잔인한 4월'…北 동해서 미사일 발사 징후

입력 2014-04-01 20:54
수정 2014-04-02 04:11
김일성 생일·인민군 창건일…군사 도발로 김정은 부각 노려
北 '드레스덴 선언' 연일 비난…정부 "시정잡배보다 못한 행태"


[ 전예진 기자 ]
북한의 서해안 해상 사격훈련을 기점으로 한반도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북한은 매년 한·미 연합군사훈련 기간과 자신들의 내부 정치 행사가 많은 4월에 군사적 도발을 일삼았다. 이달 들어서도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며 추가 도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고한 대로 핵실험까지 강행할 경우 남북관계에서 ‘잔인한 4월’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월 줄줄이 암초

이달은 남북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요인이 많다. 우선 18일까지 이어지는 한·미 군사훈련과 이달 말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에 도발 명분을 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9일 제13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열고 11일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추대 2주년을 맞는다. 15일에는 김일성 생일(태양절), 25일에는 인민군 창건일이 있다. 굵직한 정치 행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북한은 군사적 도발을 통해 김정은의 지도력을 부각하고 내부 체제 결속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북한의 도발 징후로 힘을 얻고 있다. 1일 동해안 일대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됐다. 정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4일까지 동해 원산 앞바다 일대에 내부적으로 선박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며 “해상사격을 끝낸 뒤 동해안에 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것은 추가적인 도발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실험 가능성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4차 핵실험 의사를 내비쳤다. 1~3차 핵실험 사례를 보면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뒤 핵실험을 예고하고 한 달 이내 감행했다. 다만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은 산속에 수평 갱도를 뚫어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구축해 놓은 상태이나 핵실험을 즉각 하려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드레스덴 선언 ‘올스톱’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공대에서 밝힌 대북 제안을 북한이 연일 거칠게 비난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사라졌다.

정부는 이날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우리 국가원수의 외교 활동에 대해 시정잡배도 입에 담길 꺼릴 표현을 사용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거듭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체신머리 없는 아낙네 근성’ ‘늙어빠진 낯짝에 잔뜩 분칠’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인신공격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통일부와 관계부처에 통일 구상의 기본 취지에 부합하는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을 자행하는 상황에서는 당분간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