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인 벽산건설이 1일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건설업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몇 년째 워크아웃, 법정관리를 진행중인 대다수 중견 건설사들이 이렇다 할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35위의 벽산건설이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100대 건설사 가운데 현재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진행중인 건설사는 총 18개사에 이른다.
벽산건설이 파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고 쌍용건설과 LIG건설·극동건설·남광토건·동양건설산업 등 9개 기업이 법정관리 상태에 있다.
금호산업·경남기업·고려개발·진흥기업·신동아건설 등 8개 기업은 워크아웃을 진행중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가운데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 경영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회사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은행이나 법원 관리를 받으면서 돈되는 자산은 모두 매각하고, 신규 수주는 크게 감소해 외형 축소는 물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사는 수주산업인데 워크아웃·법정관리 업체는 경영이 어렵다는 '꼬리표'가 달려 신규 수주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나 법원도 신규 사업에 대한 지원이 없어 회사가 정상화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경남기업은 2011년 5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가 유동성 위기로 1년5개월만인 지난해 10월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주택경기가 반짝 살아나고 있지만 전반적인 건설경기는 여전히 어렵다"며 "워크아웃·법정관리 기업의 정상화도 그만큼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벽산건설 이후 당장 위기감이 커진 곳은 시공능력평가 49위의 동양건설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27일 변경회생계획안의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열렸으나 50억원의 추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유예기간인 10일까지 상장폐지 요건을 해소하는 입증자료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회사 관계자는 "상장 폐지가 되면 회사 가치가 떨어지고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불가피해진다"며 "회사 임직원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전방위로 나서고 있고 인수합병(M&A)도 서두를 방침"이라고 말했다.
상장 폐지시에 채권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회생계획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동양건설산업의 소액주주들은 직접 기금을 모아 출자전환형식으로 돈을 대여해주는 방법을 추진중이다.
쌍용건설도 자본잠식에 따른 상장 폐지가 유력한 상황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쌍용은 지분의 95% 이상을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고 채권단이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상장폐지는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상장폐지 상태에서 진행중인 공사는 계속 수행하면서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매각의 성공 여부다.
벽산건설은 지난해 중동계 아키드 컨소시엄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활로를 찾지 못했고, 동양건설산업도 지난해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노웨이트 컨소시엄이 중도금을 못내 M&A가 실패한 후 계속해서 인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현재 건설업계에는 쌍용건설과 동양건설산업외에도 LIG건설, 남광토건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인없는 회사로 매각이 장기화되면 회사 가치가 떨어지고 결국 인수합병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얼마나 빨리 새 주인을 찾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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