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국회의원 보선에 지방공무원 139명 출사표
"업무는 시늉만" 눈치보기…주요 현안사업 '구멍' 뚫려
[ 하인식 / 강종효 / 김덕용 / 최성국 기자 ]
6·4 지방선거 강원지사와 춘천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시장과 부시장이 모두 사퇴한 춘천시. 춘천시는 행정 수뇌부가 자리를 비우면서 사실상 주요 행정에 손을 놓고 있다.
옛 미군기지 터에 빛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한 월드라이트파크 사업 추진을 놓고 실무선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시는 민자 사업자의 자금난으로 진척되지 않자 최근 “사업을 중단한다”고 했다가 다음 날엔 “사업비 중 50억원을 제시하면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방침을 바꾸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6월 지방선거와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부단체장들이 동시에 사퇴하면서 지자체마다 업무공백이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출마를 위해 퇴임한 이종화 대구 북구청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한 단체장만 박맹우 울산시장, 배덕광 부산 해운대구청장, 이종배 충주시장 등 4명에 이른다.
○단체장·부단체장 동시 퇴임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선거 출마를 위해 사직한 지방공무원은 13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4년 전보다 11명 줄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단체장과 부단체장이 동시 사퇴하는 경우가 많아 행정 공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체장과 부단체장이 동시에 퇴임해 공석이 된 곳만 춘천시·전주시·창원시·대구 북구 등 4곳에 이른다.
대구 북구의 경우 배광식 부구청장은 북구청장 출마를 위해 한 달여 전 명예퇴직했는데 이번에 이종화 구청장도 출마를 위해 퇴임했다. 또 전북 전주시는 장상진 부시장이 지난 2월 말 송하진 시장이 전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지 3일 뒤 전주시장 출마를 위해 명예퇴임하면서 시정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업무 시늉만 하면 돼”
그동안 추진해왔던 주요 지역 현안사업이 선거 쟁점화되면서 현안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선거철 공무원들의 눈치보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주시는 올 상반기 예정된 덕진동 전주종합경기장 재개발사업 용역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 창원시는 프로야구 NC다이노스 야구장 건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경남도의 한 공무원은 “지자체마다 누가 단체장으로 올지 모르는 상황인데 어느 공직자가 기존 사업을 계속 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단체장들이 불출마 선언을 한 지자체는 더 ‘노골적’이라는 지적이다. 박준영 전남지사가 3선 연임 제한을 받는 가운데 전남도 모 간부는 최근 비공식석상에서 “박 지사의 업무지시에 대해 일하는 시늉만 하지 무리해서 일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가 질책을 받는 경우까지 있었다. 전북도는 정무부지사와 행정부지사, 기획관리실장 등이 사퇴하면서 도청의 핵심간부 모두가 공석으로 업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거 때마다 재연되는 지방정부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는 단체장 인사권 독점을 최소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창원·대구·전주=하인식/강종효/김덕용/최성국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