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辯試 합격률 갈수록 떨어져…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꿔야"
서울변회 "합격률 보장은 특혜"
[ 배석준 기자 ] 오는 8일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1주일여 앞둔 지난달 31일. 전국에서 버스 30여대를 타고 올라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 2700여명이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 맞은편 운동장에 모였다. 이들은 ‘로스쿨 교육 정상화’라고 적힌 종이 피켓을 들고 변호사시험 방식 변경을 주장했다. 지금처럼 입학정원의 75%를 뽑는 대신 일정 성적 이상이면 통과시키는 자격시험(절대평가)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현행 방식대로 라면 해마다 시험합격률이 떨어져 로스쿨이 고시학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예비 법조인이 떼법부터 배우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에 따르면 현행 제도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올해 65.4%가 되고, 2017년부터 30%대로 떨어진다. 로스쿨 졸업 뒤 5년 이내 5회까지 응시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입학정원 대비 75%(1500명)만 합격시킬 경우 재수생이 쌓이면서 합격률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1, 2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평균 81.2%. 2012년에는 1665명이 응시해 1451명이 합격(합격률 87.14%)했고, 작년엔 2046명이 응시해 1538명이 합격(75.17%)했다. 로스쿨생들의 집단행동은 비싼 비용을 들였지만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올해 25개 로스쿨 평균 등록금은 1567만원이다.
전국 로스쿨 학생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서지완 회장(경북대 로스쿨)은 “현행 로스쿨 교육제도는 법조인의 자질을 배우는 것이 아닌 시험능력자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이는 사법시험체제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3년에 불과한 수업과정을 시험준비에 다 소진하다 보니 전문성을 갖출 여력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도 취업이 쉽지 않은 현실 역시 이들의 불만요인이다. 각 대학과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서울대 로스쿨은 51%가 취업에 성공했다. 2012년에는 91%였다. 연세대는 62%에서 57%로 서강대는 77%에서 46%로 떨어졌다. 10대 로펌의 한 대표 변호사도 “내년 졸업하는 4기 로스쿨생을 뽑고 있는데 3기생들 가운데서 지원서를 내는 경우도 있다”며 “채용을 늘리려면 급여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계법인에서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세전 월 300만원 주면서 6개월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현재 전국 개업 변호사 수는 1만4596명으로 2016년 말엔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