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신입 5인 입사 스토리
발레파킹 알바 경험도 자산
입사 때 당당한 비결이었죠
'동전지갑' 갖고 다닌 꼼꼼함
면접에서 크게 어필했어요
자소서는 진솔함이 가장 중요
전공지식 몰두한 것도 도움
[ 공태윤 기자 ]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가 지난해 9월 광주에서 경기 용인시 기흥으로 이전했다. 연구원만 400여명. 이전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이 연구소로 가는 길목에는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용인 입주를 환영합니다’란 현수막이 아직도 펄럭이고 있었다. 금호타이어 연구소 입주로 용인은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 현대모비스 연구개발(R&D)센터, 르노삼성 중앙연구소 등과 함께 ‘연구소 메카’로 부상했다.
중앙연구소를 옮긴 금호타이어가 작년 하반기 65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선다. 이 연구소에서 진행한 금호타이어 잡인터뷰에는 취업준비생 10명이 동행했다. 연구소 현관 벽에는 ‘연구소는 금호타이어의 기적을 만드는 곳’이란 박삼구 회장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올해 1월 초 금호타이어맨이 된 신입사원 다섯 명의 입사 스토리를 들어봤다.
차 관련 알바 경험이 당당함 만들어
“대학생활 절반은 차와 함께 보냈습니다.” 국민대에서 자동차공학을 전공한 이동건 씨(24·패신저카 개발2팀)는 “금호타이어 합격 비결은 자동차와 관련된 경험”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대학 2학년 때 자동차정비소에서 정비를 배우며 자동차 내부를 익혔고 3학년 때는 발레파킹 아르바이트를 통해 국내외 자동차를 직접 타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대학생활의 이런 준비된 경험은 면접 때 당당함으로 이어졌다. “면접관이 ‘쏘나타 엔진오일은 몇L가 들어가느냐’고 물었죠. 저는 ‘2.5~3L가 들어간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4L였어요. 틀린 답이었지만 워낙 당당했기에 면접관이 좋게 봐준 것 같아요.” 이씨는 고성능 타이어 개발업무를 맡고 있다.
‘서류합격률 80%’ 대학원생의 비결
부산대 출신 이수민 씨(25·소형재료설계팀)는 대학에서는 화학을, 대학원에서는 화학분석학을 전공했다. 이씨는 작년 하반기 15곳에 지원해 서류전형에서 12곳에 합격했다. 자기소개서를 잘 썼다는 얘기지만 정작 그는 “자소서 작성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 콩쿠르 실패를 통해 깨달은 점, 반복되는 실험 실패로 얻은 지혜 등 사소한 경험이지만 그것을 통해 배운 것을 적었어요.”
면접과 관련해 그는 “학부생과 함께 면접을 보지만 대학원생에게는 깊이 있는 전공지식을 물어본다”며 “자신의 전공을 제대로 파고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실험실에서 어떤 기기를 사용했고, 실험을 통해 무엇을 얻었으며, 또 그것을 어떻게 금호타이어에서 적용하면 좋을지를 미리 준비하면 좋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노면과 접촉하는 타이어 트레드 배합을 위한 최적의 콤파운드를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된 ‘청바지 접기의 달인’
이화여대에서 산업디자인학을 전공한 김수민 씨(24·디자인설계혁신팀)는 “최종 면접에서 김창규 사장이 ‘어떤 타이어를 디자인하고 싶으냐’고 질문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어떻게 대답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자소서에는 대학시절 생활태도와 인턴 경험 등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재수를 해 대학에 입학했어요. 남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방학 없는 대학 4년을 보냈죠. 의류업체 인턴을 할 때는 그야말로 ‘청바지 접기의 달인’이었어요. 산학 연구와 디자인 멤버십 활동도 했고요.” 김씨는 자신의 전공인 산업디자인뿐 아니라 마케팅과 교사자격증 취득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자소서를 더 풍성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여성이 일하기에 좋은 기업이라고 전했다. “올해 화이트데이 때 박삼구 회장이 회사 모든 여직원에게 사탕을 주셨어요. ‘여성 친화기업’이죠. 복리후생도 여성에게 좋은 기업입니다.”
해외영업 키워드는 ‘글로벌·꼼꼼함’
“대학 3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간 영국에서 만난 대기업 주재원을 보면서 꿈이 생겼어요.”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와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김영재 씨(27·글로벌이머징마켓 영업2팀)는 당시 ‘졸업 후 해외영업파트를 지원해 주재원으로 다시 오겠다’는 각오를 했다. 하지만 해외영업팀 입사는 만만치 않았다. “뽑는 기업이 적다 보니 취업이 쉽지 않았죠. 그러다 금호타이어를 목표로 철저하게 다시 준비했어요.”
김씨는 면접에서 1분 자기소개 때 ‘글로벌과 꼼꼼함’을 키워드로 발표했다. “남자지만 동전지갑을 가지고 다닐 정도로 꼼꼼하다는 것을 보여드렸어요. 실제 입사해 보니 수출입 항구명, 물품 개수 등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꼼꼼함이 필요하더라고요. 해외영업에서 덜렁대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그는 “팀장도 ‘진짜 비즈니스는 주재원’이라고 강조한다”며 “지금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 주재원으로 나가 맡은 일을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에 입사한 행운아
대학 1학년 평균학점이 1.2점(4.5 만점)이었던 이진영 씨(26·몰드기술개발팀)는 “졸업 때는 3.5점을 받았을 정도로 전공 공부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서울과기대에서 기계자동차공학을 전공한 이씨는 이론과 실험을 통해 타이어회사에 필요한 지식을 터득했다. “실험실에서 타이어 성능을 평가하고 자작자동차 동아리에서 직접 자동차를 만들면서 타이어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그는 금호타이어에 입사할 수밖에 없는 행운아라고 말했다. “면접관으로 나온 본부장이 ‘당신의 경쟁력이 무엇인가’라고 물으셨어요. 당시 ‘몰입’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책이 강조한 ‘몰입과 집중’을 잘한다고 답했죠. 입사 후 그 본부장의 특강 제목이 ‘몰입’이더라고요. 하하하.” 이씨가 소속된 몰드기술개발팀은 ‘슬릭’(민무늬) 타이어에 고온고압으로 형상을 만드는 곳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