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초 프로듀서가 들려준 '겨울왕국' 3대 흥행비결

입력 2014-03-31 20:36
수정 2014-04-01 04:21
(1)감독 중심 제작 시스템이 수훈갑
(2)공감하는 스토리·캐릭터 선정
(3)치밀한 사전 준비도 큰 몫


[ 김인선 기자 ] “월트디즈니가 ‘라푼젤’에 이어 ‘겨울왕국’까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스튜디오 운영을 경영진 중심에서 제작진 중심으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감독과 제작진이 의사 결정에 큰 책임을 지게 됐고,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죠.”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피터 델 베초 프로듀서(사진)는 31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 행사에서 ‘겨울왕국’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제작자 중심의 시스템을 꼽았다. ‘콘텐츠 인사이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해외 유명 콘텐츠 제작자들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올해 처음 만든 행사다.

그는 “2006년 이전까지만 해도 디즈니에는 관료주의가 만연했고, 작품 제작을 방해하는 훼방꾼들이 있었다”며 “존 라세터 최고창의력책임자(CCO)가 오면서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디즈니는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제작 기간 중 12주마다 작업한 내용을 함께 관람하며 중간 점검을 한다. 또 2~3일간 워크숍을 가지며 영화를 꼼꼼히 분석한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 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작품을 고쳐 나간다.

‘겨울왕국’은 지난주를 기점으로 10억7240만달러(약 1조1431억원)를 벌어들이며 ‘토이스토리3’를 제치고 미국 최대 흥행 애니메이션이 됐다. 그는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공감 가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꼽았다. 베초는 “라세터 COO는 ‘우리는 모든 연령층을 위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며 “공감할 수 있고, 의미가 있으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밀한 사전 준비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는 이날 무대 스크린을 통해 중간 제작 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줬다. 주인공 엘사가 삽입곡 ‘렛잇고’를 부르며 변신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해 수십, 수백 번의 과정을 거쳤다.

베초는 또 “작품의 배경이 되는 겨울왕국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눈밭을 뛰어다녔고, 얼음집을 묘사하기 위해 캐나다 퀘벡의 얼음호텔을 찾아갔다”고 덧붙였다. 또 등장인물의 의상, 겨울왕국의 벽지, 문 디자인, 카펫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영화의 배경이 된 노르웨이식으로 구현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 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1990년대 디즈니 르네상스 시대와 달리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데, 이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건강함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