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삼성SDI 전격 합병 … 삼성전자 소재 경쟁력 탄력받나

입력 2014-03-31 10:43
수정 2014-03-31 14:06
[ 권민경 기자 ]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 합병키로 하면서 삼성전자의 소재·부품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삼성SDI를 통해 제일모직을 합병함에 따라 소재(제일모직)-부품(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완제품(삼성전자)으로 이어지는 전자 부문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 또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제일모직은 사실상 삼성전자 아래로 편입되면서 불안감을 해소하게 됐다.

31일 삼성SDI는 제일모직을 1 대 0.4425 비율로 흡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삼성SDI가 신주를 발행해 제일모직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오는 5월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SDI는 자산 15조 원, 매출 9조5000억 원, 직원 수 1만4000명 규모의 거대 계열사로 재탄생한다. 제일모직은 지난 해 12월 패션 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이관한 데 이어 삼성SDI와 합쳐지면서 60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증권가에선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결합을 삼성전자 소재·부품 사업의 수직 계열화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변동이 심한 IT 업계에서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소재에서 부품, 완제품으로 연결되는 강력한 수직 계열화를 통해서다.

시장조사업체 IHS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부품 수직계열화 비중은 76%에 달한다. 이번 합병으로 수직 계열화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황준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 20%를 가진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이번 합병을 통해 제일모직도 삼성전자 일원으로 편입된다는 의미" 라며 "삼성전자가 앞으로 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합병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도 제일모직이 보유한 배터리 분리막과 다양한 소재 요소 기술을 내재화해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2차 전지용 분리막, 편광필름 쪽에 3년 간 1조8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일모직도 지배구조 측면에서 실보다 득이 많다. 현재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지분율이 11.16%에 달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블랙록펀드가 각각 7.25%, 5.06%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은 4% 남짓에 불과하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로 흡수합병되면서 제일모직의 불안정한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을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와 연결시키려는 시각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자·금융 계열사와 이부진 사장이 맡고 있는 호텔·건설 계열사, 이서현 사장의 패션·미디어 계열사 체제가 확고해졌다는 것.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제일모직이 소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은 삼성물산에, 삼성카드가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은 삼성전자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제일모직이 패션 사업을 이관한 후로 삼성전자 계열사 중 한 곳과 합쳐질 것이란 얘기는 꾸준히 나왔다" 며 "이번 합병을 사업적인 시너지가 아닌 그룹 지배구조 문제로 확대하는 건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