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단독]삼성SDI-제일모직 전격 합병..삼성전자 수직계열화 달성

입력 2014-03-31 08:04
수정 2014-03-31 10:29
주식교환방식으로 삼성SDI가 제일모직 합병..삼성 모태 제일모직 역사속으로
지배구조 취약한 제일모직, 삼성전자 계열사로 편입..3세 승계구도 구체화


이 기사는 03월31일(07:3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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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2차전지 및 디스플레이 생산 계열사인 삼성SDI와 소재전문기업인 제일모직이 합병해 자산총액 15조의 대형 계열사가 탄생한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SDI와 제일모직을 주식교환방식으로 합병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확정할 계획이다.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합병해 존속법인이 되고 제일모직이 소멸법인이 되는 구조다. 합병비율은 최근 두 회사 주가 등을 고려한 회계법인의 회계실사를 거쳐 확정한다.

합병이 완료되면 삼성SDI는 단순합산으로 자산 15조원, 매출 9조5000억원(이상 작년말 기준), 시가총액 10조원, 직원 1만4000명(작년 3분기말 기준)의 거대 계열사가 된다. 1954년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출발한 제일모직은 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삼성SDI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과 리튬이온 2차전지를 생산하는 회사다. 지난해 전세계 시장의 25.8%를 점유하는 등 2차전지 시장에서 2010년 이후 4년 연속 전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분 20.38%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가 대주주다.

섬유산업으로 시작한 제일모직은 지난해 9월 패션사업부를 1조500억원에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면서 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를 만드는 전자재료 사업부문과 전자제품·자동차에 들어가는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케미칼 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자회사인 삼성SDI를 통해 제일모직을 합병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소재(제일모직)-부품(삼성SDI)-완제품(삼성전자)으로 이어지는 전자 부문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상태에 빠지고, 소형 2차전지의 단가인하폭이 커지면서 1분기 '어닝쇼크'가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삼성SDI로서는 반등의 채비를 갖추게 됐다.

지배구조가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제일모직을 삼성전자의 우산 아래 두게 된 것도 합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제일모직의 1,2대 주주는 각각 11.16%와 7.25%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은 삼성카드의 7.28%와 삼성자산운용의 4%에 불과하다.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 사장에게 넘기고 남은 소재사업 부문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밑에 둠으로써 이재용 부회장(전자·금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호텔·건설·중화학), 이서현 사장(패션·미디어)으로 이어지는 승계구도도 보다 구체화됐다.

패션 사업부문 매각 이후 제일모직의 주가가 크게 떨어져 합병 부담이 덜어졌기 때문에 합병 시점 역시 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비도 가속화할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제일모직 패션 부문 매각에 이어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SDS와 삼성SNS를 합병했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전기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삼성생명에 넘기고,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사들이는 등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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