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첨단기종 앞세워 '하늘의 제왕' 보잉 추월

입력 2014-03-30 21:42
글로벌 산업 리포트

탄소섬유 사용 대폭 늘려…연료효율 최고 25% 개선
A380·A350 주문 쇄도…중대형 여객기 시장 장악


[ 이태명 기자 ]
프랑스 남부 공업도시 툴루즈.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회사 에어버스 본사와 최종 조립공장이 이곳에 있다. 지난 27일 찾은 툴루즈 공장에선 에어버스의 최신 중형 여객기 A350XWB 조립작업이 한창이었다. A350XWB는 미국 보잉의 B777, 787에 맞서기 위해 개발한 기종이다.

아직 첫 운항도 하지 않은 이 여객기에 쏠리는 관심은 뜨겁다. 세계 40개 항공사가 이미 824대를 주문했다. 대당 가격이 3억달러이니 주문액만 2472억달러(약 297조원)에 달한다. 마이크 바소 에어버스 마케팅담당 이사는 “A350XWB가 중형여객기 시장에서 보잉의 B777을 대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로벌 여객기 시장에서 에어버스의 기세가 무섭다. 경쟁사인 보잉에 비해 시작은 54년이나 늦었지만, 급속히 보잉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초대형 및 중대형 여객기 시장에선 첨단 기종을 내세워 보잉을 크게 앞섰다.

○수직상승하는 에어버스

0%→50%. 지난 40여년간 에어버스의 글로벌 여객기 시장 점유율 변화다. 에어버스가 설립된 건 1970년. 프랑스, 영국, 독일 등 3개국 항공기 제조사들이 모여 만들었다. 나중에 스페인도 동참했다. 4개국이 에어버스를 만든 목적은 ‘보잉 견제’였다. 에어버스 설립 이전 영국과 프랑스는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를 개발했으나 100석 남짓한 좌석 수에 다 지나치게 큰 소음 탓에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그 사이 미국 보잉은 대형 여객기 B747을 만들어 세계 여객기 시장을 휘어잡았다.

보잉에 빼앗긴 여객기 시장을 다시 주도하기 위해 유럽 4대 강대국이 합작 설립한 게 바로 에어버스다. 숀 리 에어버스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담당이사는 “40여년 전 글로벌 여객기 시장에서 우리의 점유율은 0%였고, 1990년대 초반 점유율도 15%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보잉과 50 대 50으로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숀 리 이사의 말처럼 에어버스와 보잉의 현 상황은 ‘용호상박’이다. 작년 연간 매출은 두 회사 모두 530억달러 정도를 올렸다. 수주물량은 2012년 보잉이 1230대로 에어버스(833대)를 크게 앞섰으나, 작년엔 에어버스가 1503대를 수주해 보잉(1355대)을 추월했다. 최근 기세만 보면 에어버스가 앞선다.

특히 에어버스는 초대형 여객기 A380을 앞세워 보잉이 상대적 우위를 보였던 대형 항공기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바소 이사는 “2월 말 누적기준으로 A380은 20개 항공사로부터 323대를 주문받았다”며 “반면 보잉 B747-800은 5개 항공사에서 42대를 주문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본격화된 ‘하늘 쟁탈전’

에어버스의 비상(飛上)은 첨단 기종 출시효과 덕분이다. A380은 동체의 20%가량을 탄소섬유로 제작했다. A350XWB의 탄소섬유 사용량은 53%에 달한다. 보잉 최신 기종인 B787의 탄소섬유 적용률(50%)보다 높다. 클로드 드보켄느 에어버스 마케팅 담당이사는 “A380 연료효율은 B747-400보다 22%, B747-800보다 14%가량 뛰어나다”며 “A350XWB도 B777보다 연료 효율성이 25%가량 좋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기종인데도 에어버스 여객기의 연료 효율이 좋은 만큼 더 먼 거리를 운항할 수 있어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보잉이 지난 몇 년간 안전사고를 겪은 데 따른 ‘반사효과’도 한몫했다. 보잉 B787의 경우 작년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사고를 내면서, 지금까지 보잉 여객기만 구입했던 일본항공이 지난해 에어버스 여객기를 구입하는 등 고객 이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에어버스 측 설명이다.

툴루즈(프랑스)=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