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봄은 언제… 구두 수선상에도 불어닥친 '찬바람'

입력 2014-03-30 10:43
[ 박희진 기자 ]

"날씨가 풀리면 손님이 많아졌는데, 요즘은 안 그래요. 구두 광을 내는 증권맨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서울이 올 들어 최고 기온을 기록한 28일 오후. 여의도역 사거리의 한 구두수선상엔 라디오 소리만이 정적을 깨우고 있었다. 얇아진 겉옷 만큼 사람들의 신발도 가벼워졌지만, 구두를 닦거나 수선하는 사람은 없었다.

◆ 구두 수선비, 커피값도 줄인다
지난 겨울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친 여의도의 거리에도 꽃망울이 터졌다. 하지만 얼어 붙은 증권가 분위기는 아직 봄 날씨와 거리가 멀다. 2분기 시작을 앞두고 최근 국내 증시가 소폭 반등했지만 증권가의 졸라맨 허리띠는 풀릴 조짐이 없다.

여의도에서 10년 넘게 구두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증시가 좋을 땐 구두 닦으러 오는 사람도 많았다" 며 "단골이었던 사람들 대부분이 퇴직하거나 구조조정 당했고, 남은 사람들은 구두 관리에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구두수선집은 활동량이 늘어나는 봄부터 대목 장사다. 그러나 최근엔 여의도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사람이 줄어들어 계절적 호황도 사라졌다는 것.



반면 본격적인 계절 효과를 기대하는 곳은 편의점이다. 한낮엔 덥게 느껴질 만큼 기온이 오르면서 아이스커피 매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의도에선 커피전문점보다 저렴한 가격의 편의점 아이스커피가 인기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여의도의 한 편의점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바로 옆 커피 전문점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증권가 사람들이 커피값마저 줄인 셈이다.

여의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씨(25)는 "날씨가 풀리면서 아이스 커피와 차가운 유제품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홍보팀 직원은 "여의도 물가가 워낙 비싼 데다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어 소비를 줄이고 있다" 며 "요즘은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 사먹기도 망설여 진다"고 말했다.

◆ 얼어 붙은 증권가 신규 채용

봄과 함께 상반기 공채 시즌이 다가왔지만 증권가 취업 시장은 얼어붙어 있다. 연말 구조조정 바람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많은 인력을 충원할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올해도 많은 증권사들이 인건비 감축에 나설 것으로 보여 신규 채용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의 인건비 감축세는 최근 재계약 시즌을 맞은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에서도 나타났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재계약한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은 약 20~30% 삭감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애널리스트들과의 연봉협상에서 기본급 자체를 전년 보다 28% 줄이기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대다수 증권사들이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고 하반기 공채만 진행해 왔다. 대신증권과 교보증권 등은 지난해 단 한 명의 신입사원도 뽑지 않았다.

우리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은 아직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9월에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인 삼성증권은 채용 규모를 두 자릿수로 축소할 방침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채로 신입 사원을 뽑지 않을 예정" 이라며 "부서별로 인원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따로 채용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