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레스토랑 '민가다헌', 시간이 멈춘 그 곳…구한말 대감댁에서 랍스터를 맛보다

입력 2014-03-29 18:05
Luxury & Taste

명성황후 일가 저택 개조…외관은 전통, 실내는 서양식
서울 민속자료 15호로 지정돼

외국계기업 CEO 등 주로 찾아…年 1~2회 국빈만찬도 주관


[ 강진규 기자 ]
인사동은 서울에서 가장 한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전통방식으로 만든 도예작품, 서예, 수묵화 등을 볼 수 있고, 한국적인 인테리어의 찻집과 식당도 곳곳에 들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한옥 레스토랑’들이다. 인사동길에서 하나아트갤러리와 31갤러리를 지나 장은선갤러리 쪽으로 접어들면 만나게 되는 ‘민가다헌’도 그중 하나다.

민가다헌은 명성황후 집안인 민병옥 대감의 저택을 개조해 만든 퓨전 한식당이다. 민 대감의 저택은 1900년대 초 국내에 선보인 첫 신식 한옥으로 유명하다. 1930년대 화신백화점을 건축하기도 한 조선의 대표적 건축가 박길용이 설계했다. 건물의 외관과 담장은 전통양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실내에는 현관과 현대식 화장실 등이 있는 서양식으로 꾸몄다. 건물의 면적은 총 806.6㎡다. 1977년 3월17일 서울시 민속자료 제15호로 지정됐다.

대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마당이 나온다. 여름철에는 야외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미닫이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벽면에 걸려 있는 민씨 일가의 사진이다. 명성황후의 초상을 비롯해 집의 주인이었던 민 대감의 사진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권창남 조각가의 ‘향-달을품다’라는 제목의 조각품이 놓여 있다. 전통방식의 궤짝 모양을 재현한 예술품이다.

민가다헌의 내부는 도서관, 카페, 다이닝룸, 야외테라스 등 총 네 부분으로 나뉜다. 수용 가능한 인원은 62~76명 선이다. 가장 인상 깊은 곳은 ‘도서관’이었다. 구한말 외국 대사관의 클럽을 연상시키는 빅토리아 양식으로 꾸몄다는 설명이다. 언더우드 타자기, 스털링 타자기, 옛날식 라디오, 각종 고서, 벽난로 등의 소품을 활용해 1900년대 초 생활방식을 재현했다. 8명에서 12명까지 식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기가 높아 가장 먼저 예약이 완료되는 곳이다.

3~4개의 테이블로 아늑한 느낌을 주는 ‘카페’도 있다. 한옥의 안채 개념을 도입한 공간이다. 천장에 서까래가 보이는 구조로 설계해 한옥의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곳으로 꼽힌다. 이곳 안에는 김옥균의 글씨도 걸려 있다. 다이닝룸과 야외 테라스석은 일반 식당과 같이 테이블을 여러 개 놓고 운영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높다는 도서관석에 자리를 잡았다. 10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송경섭 총괄셰프에게 ‘주방장특선메뉴’를 주문했다. 식전 음식인 대게요리와 수프, 연어 샐러드가 연이어 나왔다. 구운 돼지 햄을 넣은 샐러드가 유명하지만 고객이 원하면 다른 것으로 바꿔주기 때문에 자유롭게 주문해도 된다. 프랑스 요리의 ‘미들’ 코스는 생선요리와 달팽이요리 등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메인메뉴는 취향에 따라 네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감자 크림을 얹은 바닷가재 그라탱, 가재를 넣은 모둠 해물탕, 양갈비, 안심 또는 립 아이 스테이크 등이다. 해산물이 좋다는 추천을 받고 바닷가재 그라탱을 주문했다. 감자를 크림처럼 만든 뒤 ‘올갱이면’을 넣어 가재 위에 올리는 토핑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11만원.

민가다헌에 주로 오는 고객은 외국인들이다. 장기간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외교관이나 해외 상사 등 외국계 기업의 한국법인 최고경영자(CEO) 등이 주로 이곳을 찾는다. 연간 1~2회가량은 국빈만찬도 주관한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이탈리아 총리 등이 민가다헌의 음식을 맛봤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