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 18%, 재산 1억 넘게 불어

입력 2014-03-28 22:03
수정 2014-03-29 04:09
1년새…평균 13억2000만원

329억 '전혜경 효과' 평균 재산 확 끌어올려
朴대통령 28억3358만원 신고…인세수입·급여저축 2억 늘어나


[ 강경민 / 박기호 기자 ] 지난해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직자 10명 중 6명의 재산이 늘었다. 고위 공직자의 18.3%(429명)는 1년 동안 재산을 1억원 이상 불렸다.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정부·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소속 고위 공직자 2380명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재산 변동신고 내역을 28일 관보에 공개했다. 관보에 따르면 재산을 신고한 국회의원(500억원대 이상 네 명 제외), 법관, 1급 이상 고위 공무원, 중앙선관위 위원 등 2335명의 평균 재산은 약 13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고위 공직자의 평균 재산은 고위 법관이 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회의원(18억1000만원)이 뒤를 이었다. 1급 이상 고위 공무원 1868명의 평균 재산은 11억9800만원이었다.

고위 공직자의 60.8%인 1423명은 재산이 늘어났다. 공직자 재산 증가의 요인은 개별공시지가와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 및 급여 저축 등의 결과로 분석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보다 2억7497만원 늘어난 28억3358만원을 신고했다. 안전행정부는 “대통령의 신고 내용을 보면 급여 저축과 인세 수입으로 재산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1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평균 재산은 전년에 비해 2800만원 늘어난 11억98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재산 상승분의 절반 이상은 공무원 중 최고 부자인 전혜경 국립농업과학원장이 올해 공개 대상에 포함된 데 따른 결과라는 게 안행부의 설명이다.

전 원장은 2012년 말 당시 교육 수료 중이라 작년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재산이 329억원인 전 원장을 제외할 경우 평균 재산 증가폭은 1100만원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공개 때는 전 원장이 제외되면서 1급 이상 정부 고위 공무원의 평균 재산이 1600만원 낮아져 공직사회에 ‘전혜경 효과’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전 원장은 사모펀드를 운영 중인 남편 명의로 243억원어치의 유가증권을 보유했다.

최호정 서울시의원(새누리당)은 전년 대비 60억원가량 늘어난 80억3179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재산 증가액이 가장 많았다. 최 의원의 부친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재산 고지거부를 갱신하지 않아 이번 신고에서 최 전 위원장의 재산이 합산됐기 때문이다. 장호진 외교부 장관 특별보좌관도 부모의 재산 고지거부 갱신 시기를 놓쳐 29억원이 합산된 78억3190만원의 재산을 신고, 고위 공직자 중 재산이 두 번째로 많이 증가했다.

고위 공직자 중 부동산 부자들은 지난해 땅값 상승 덕분에 재산을 크게 불렸다. 지난해 전국 개별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3.41%,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은 2.5%가 올랐다. 백종헌 부산시의회 부의장은 소유 건물의 평가액이 오르면서 재산이 전년 대비 20억원 이상 늘었다.

강경민/박기호 선임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