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9년 연속 세계TV 1위 도전
현대차, 쏘나타 7세대 모델로 공략
오리온 초코파이, 세계각지서 인기
[ 강현우 기자 ]
위기론을 얘기하는 기업들이 대다수다.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세계 시장을 누비는 대기업도 갈수록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체감하기 어렵고, 글로벌 시장 쟁탈전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격해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조차도 수익성을 보전하느라 초비상이다. 새로운 먹거리도 서둘러 찾아야 하지만 수년째 별다른 성과가 없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경쟁에서 살아남은, 시장 검증을 통과한 핵심 기술과 히트 상품뿐이다. 당장의 기업 수익성을 지켜낼 보루이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 확보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히트 상품과 기술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시장 1위 수출품 64개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신흥국 금융 및 실물경기 불안을 야기하면서 전 세계 교역 규모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 삼아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 해외 경쟁 업체들이 주춤할 때 오히려 공격적인 경영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꾸준히 오르고 있고 수출용 원자재 수입 물량이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혁신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향후 세계 경기가 본격 회복기에 들어가면 더욱 입지가 단단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월 발간한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으로 본 우리 수출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64개로 2011년 61개보다 3개 늘었다. 세계 순위도 15위에서 한 계단 오른 14위를 기록했다. 수출시장 점유율 10위까지 확대하면 2012년 한국은 1330개의 품목을 보유해 2011년 대비 74개 늘어났다. 무역협회는 “세계 경기 침체기에 한국 제품의 경쟁력은 더욱 올라간 것”이라고 풀이했다.
남다른 ‘혁신’으로 시장 선도
국내 전자업계는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외에 TV로도 시장을 제패했다. 9년 연속 세계 TV시장 1위에 도전하는 삼성전자는 화면이 휜 ‘커브드 초고화질(UHD) TV’로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화면 양 옆 끝이 구부러져 있는 만큼 대형 UHD TV는 몰입감이 높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LG전자도 다양한 크기의 곡면 UHD TV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105인치형 곡면 UHD TV는 극장 화면인 21 대 9 화면비를 적용했고 홈시어터 수준인 7.2채널 150와트 스피커를 탑재해 집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했다.
현대자동차는 ‘30년 베스트 셀링 카’ 쏘나타의 7세대 모델(프로젝트명 LF)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한다. 쏘나타는 1985년 첫 출시 이후 올해 누적 700만대 판매가 유력시된다. 현대차는 대표 모델인 LF쏘나타를 앞세워 내수와 수출을 모두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오리온은 아시아 시장에서만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초코파이를 40년 넘게 대표 상품으로 유지하고 있다. 오리온은 1990년대부터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등에 진출했고 현지에서 많은 모방 브랜드의 도전을 받았지만 시장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이마트는 자체상표(PB) 상품들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다. 이마트가 제조업체와 공동 기획해 상품을 생산한 뒤 이마트 상표를 붙여서 판매하는 것으로 마케팅비를 줄여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오비맥주는 올해 전략 제품으로 에일맥주 ‘에일스톤’을 제시했다. 에일맥주는 발효 중 효모가 탄산가스와 함께 발효액의 표면에 뜨는 상면발효 방식으로 만드는 맥주다. 차게 해서 마시는 일반 맥주와 달리 20도 정도 상온에서 마시면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아파트 부문에서는 삼성물산 래미안과 GS건설 자이간 브랜드 대결이 치열하다. 래미안은 올해 저층 가구에 다양한 맞춤형 평면과 인테리어를 적용하는 전략을 세웠다. ‘차별화된 주거 공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