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시장서 월등한 가격 경쟁력…설비에도 '나홀로 투자'

입력 2014-03-28 07:01
Cover Story - CJ대한통운

전문가 심층 진단 - 하준영 <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yha@hi-ib.com >



CJ대한통운은 CJ GLS와 합병, 택배사업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확보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게 돼 경쟁사와 비교해 월등한 원가 경쟁력까지 갖췄다. 올해는 택배사업부의 시너지 효과가 본격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해 부진했던 사업부의 구조조정도 마무리돼 실적 턴어라운드(회복 내지 개선)가 기대된다.

유통의 온라인화로 택배산업 성장

CJ대한통운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택배산업은 온라인 쇼핑 증가에 따라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으로 구입한 물품의 88.8%가 택배를 통해 소비자에게 배달된다.

국내 사이버쇼핑 거래액은 작년 39조원에 달했다. 소매판매액 중 사이버쇼핑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1년 1.8%에서 2013년 10.9%로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온라인 쇼핑 시장은 아직도 매년 10%대씩 성장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장점 때문에 온라인쇼핑은 앞으로도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모바일 온라인쇼핑(M-커머스)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2010년 3000억원에 불과하던 M-커머스 거래액은 작년 약 4조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전년 대비 91.4%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해외 직접구매 증가도 택배 수요를 늘리는 새로운 요인이다.

합병으로 시장지배적 지위 확보

CJ대한통운과 CJ GLS는 작년 4월1일을 기준으로 합병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재탄생했다. 합병 CJ대한통운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35.7%다. 2위 사업자인 현대로지스틱스(13.2%)와 3위 한진(11.8%)을 압도한다. 합병을 계기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강력한 원가 경쟁력까지 갖추게 됐다.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택배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상위 업체들만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아 시장 성장 수혜를 누렸다. 우리나라도 택배시장 재편이 이뤄지면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먼저 달성한 CJ대한통운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택배 가격 인상 큰 영향 없을 듯

CJ대한통운은 택배 가격 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치킨게임의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경쟁 업체들이 택배 가격을 인상할 경우 가격 인상에 소극적인 CJ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경쟁 택배업체들은 지속되는 택배 가격 인하와 물류산업의 낮은 마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높은 부채비율로 추가 차입이 어려워진 경쟁사들은 택배 가격 인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택배는 서비스 차별화가 어려워 가격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 요소다. 경쟁사들이 택배 가격을 인상하면 가격 인상에 소극적인 CJ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다. 그러면 가격 인상 택배 업체들은 기대한 만큼의 이익 증가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경쟁 업체들이 택배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2~3위 택배업체들은 설비투자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이 높아 추가 설비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여력이 남아 있는 CJ대한통운은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택배시장은 유통의 온라인화로 점점 성장하는데, 경쟁업체들은 자금 압박으로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CJ대한통운에 유리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아마존 같은 대형 화주가 한국에 진출한다면 택배 처리 능력에 여유가 있는 CJ대한통운을 운송 파트너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조조정 마무리로 턴어라운드 기대

CJ대한통운은 부진했던 사업부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올해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 택배사업부는 지난해 CJ GLS와의 통합 과정에서 배송코드 오류 문제, 택배기사 파업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익률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합병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올해부터는 정상적인 이익률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형 화주의 이탈로 부진한 실적을 나타낸 포워딩 사업부는 해외 자산 매각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올해 턴어라운드를 노리고 있다. 해운항만 사업부는 적자를 기록하던 KBCT가 지분 일부 매각으로 연결 대상에서 제외됐다. KBCT 지분 매각에 따라 해운항만 사업이 CJ대한통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5.9%에서 2013년 5.8%로 감소했다. 실적에 미치는 영향 또한 줄어들 전망이다.

하준영 <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yha@hi-i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