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자 연 평균소득 450만원…서민에 집중
1人 최대 연 1700만원 지원 등 취업도 알선
[ 박종서 기자 ]
국민행복기금이 출범 1년 만에 과도한 빚에 시달리던 서민 25만명을 지원했다. ‘5년 내 32만6000명 지원’으로 잡았던 출범 당시 목표의 77%에 달한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박근혜 정부의 핵심공약인 행복기금이 일단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행복기금은 앞으로 단순 채무 탕감을 넘어 취업을 알선하는 등 서민들의 신용회복을 위해 역할을 적극 확대할 방침이다.
◆25만명에 원리금 2조8000억원 감면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행복기금은 작년 3월29일 출범 이후 29만4000명의 채무조정 신청을 받아 이 가운데 85%인 24만9000명에게 이자 전액과 최대 70%까지 원금을 경감해 줬다. 당초 목표했던 1년간 지원대상자는 6만5000명이었지만 4배에 가까운 사람이 혜택을 받았다. 감면액은 이자 1조9000억원과 원금 9000억원으로 총 2조8000억원에 달한다.
행복기금 운영기관인 캠코의 권영대 서민금융총괄부장은 “이렇게 많이 지원할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업무부담이 늘어 몸은 힘들었지만 성과를 놓고 보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행복기금 채무조정 지원대상은 작년 2월 말 기준으로 1억원 미만(원금)의 채무를 6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이다. 이들은 탕감받은 빚을 최대 10년 동안 나눠 갚게 된다.
채무조정 외에 행복기금이 지원하는 바꿔드림론과 소액신용대출 사업도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대부업체와 캐피털사에서 빌린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연 10%대 시중은행 대출로 전환해 주는 바꿔드림론은 4만8000명에게 평균 893만원의 이자를 줄여줬다. 이런 성과를 반영해 국무조정실은 새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를 평가하면서 행복기금에 ‘우수등급’을 줬다.
문제는 나라에서 무분별하게 빚을 갚아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논란이다. 이에 대해 김태수 캠코 국민행복기금 운영기획팀장은 “2004년 카드사태 때 만든 한마음금융부터 10년째 배드뱅크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지원대상이 아닌 사람의 빚을 줄여준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금융위도 수혜자의 83%가 연 소득 2000만원 미만이고, 수혜자 전체의 한 해 소득도 평균 456만원에 불과해 도덕적 해이 논란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취업과 자활 지원 강화 계획
행복기금은 앞으로 취업과 자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캠코를 방문해 “채무를 성실하게 갚아 나가기 위해선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주는 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캠코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에 행복기금에서 연 270만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고용노동부의 고용촉진 지원금 860만원을 더하면 고용주는 연 113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구직자에 대한 직접 지원도 늘리고 있다. 우선 고용부의 취업성공 패키지 사업을 위탁받아 구직 단계에 맞춰 10개월 동안 최대 290만원을 준다. 교육 훈련수당으로 3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결과적으로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에게 최대 연 1720만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채무조정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탕감받은 빚을 분할상환하는 도중에 중병에 걸리거나 직업교육을 받는 등의 15개 사유에 해당하면 채무를 유예하는 방안이 내달 초부터 시행된다.
또 금융회사들에 과도한 빚 독촉 자제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나갈 계획이다.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상품인 햇살론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행복기금에서 조정해 줄 예정이다.
다만 행복기금의 대학 장학금 지원은 장학재단법 통과가 늦어지는 탓에 지체되고 있다. 캠코는 대학생 2만2000여명의 지원 신청을 받아뒀다. 금융위 관계자는 “행복기금 신청자 급증은 채무로 고통받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며 “재기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행복기금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