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조종사 '품귀'…하늘길이 불안하다

입력 2014-03-27 20:55
수정 2014-03-28 04:43
올 항공사 23대 도입 예정
필요인력 당장 445명인데 신규충원은 140명에 불과

정부, 4년간 2000명 양성
양성기관 4곳…교육 열악…훈련 인프라 등 지원 필요


[ 김인완 기자 ]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2017년까지 2000명의 항공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내용의 ‘청년일자리 창출 및 항공인력 양성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군과 항공사, 대학이 협업해 올해부터 매년 500명씩 조종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조종사 양성은 지방공항 활용(560명), 군의 퇴직인력 전환(520명), 항공사 자체 양성(120명), 대학 개별취득(800명)을 통해 이뤄진다.

정부가 이처럼 뒤늦게 조종사 양성계획을 마련한 것은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항공운송 시장을 제때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한 조종사 부족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양성시설 없어 고비용 유학까지

한국항공진흥협회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조종사 면허를 따더라도 민간 항공사 취업은 쉽지 않다. 항공사가 요구하는 비행훈련시간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공사에서 운영하는 민간 항공기는 제트 기종인데 비행훈련기는 프로펠러로 취업 후 재교육받아야 하는 문제까지 있다.

조종사 양성기관은 울진비행교육훈련원, 항공대, 한서대, 항공직업전문학교 등 네 곳이다. 김광옥 한국항공진흥협회 기획실장은 “울진훈련원과 한서대만 일반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업자용 조종면허 취득 기준인 200시간 비행훈련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자가용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80시간 이내 훈련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1000시간, 아시아나는 300시간, 제주항공 등 나머지 저비용항공사(LCC)는 250시간의 비행훈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훈련시설 부족으로 항공사가 요구하는 비행훈련시간을 채울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 등 해외유학을 통해 비행훈련시간을 채워야하는 데 1년여간 2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 부담이 되고 있다. 2012년 H대 운항학과를 졸업한 김현수 군은 “조종사 면허 취득 후 비행훈련 시간을 채우기 위해 유학도 생각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비용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는 항공사진 촬영이나 산불을 예방하는 회사에 3, 4년간 계약직으로 취업해 비행시간을 채우고 있다.

○올해 필요한 신규 조종사 500명

홍대석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한국지부장은 “국내 항공운송시장은 연평균 6.7% 성장해 연간 455명의 조종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연간 배출되는 조종사는 30% 수준인 140여명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진에어 등 국내 7개 항공사는 올해 총 23대의 항공기를 도입한다. 따라서 신규 항공기 도입과 은퇴 조종사들을 고려하면 올해만 모두 500명의 신규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게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군 출신과 경력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종사 채용 스카우트전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운송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종사 양성에 정부와 민간기업이 협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제철 한국교통연구원 항공정책기술본부장은 “조종사 교육비 부담이 커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조종사 양성을 위한 비행훈련인프라 구축과 교육비 부담을 덜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