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소통' 빠진 문화펀드...조성 전부터 삐걱?

입력 2014-03-27 09:46
수정 2014-03-27 09:47
이 기사는 03월19일(15:5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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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야심차게 기획한 '위풍당당 콘텐츠 코리아펀드'가 출범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펀드운용을 담당할 벤처캐피털들의 의견을 거의 수렴하지 않고 세부펀드 조성계획을 마련하면서 '우량 운용사 참여'와 '수익성 펀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지난 14일 모태펀드 1차 출자사업을 공고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출자한 문화계정에서 애니메이션(만화·캐릭터) 및 게임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펀드는 만화와 캐릭터 관련 중소기업 및 프로젝트에, 게임펀드는 중소 게임개발사 등이 제작하는 게임프로젝트에 주력으로 투자하게 된다. 두 펀드는 각각 250억원 규모로 결성될 예정이다.

○ VC업계, 저수익펀드 출자계획에 "당황"...우량 운용사, 문화펀드 '외면'
이번 문화펀드 출자계획에 대해 벤처캐피털 업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당초 출자사업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던 '제작초기펀드'와 '글로벌콘텐츠펀드'가 빠지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 위주로 사업계획이 짜여졌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은 투자-회수 구조상 수익을 내기 사실상 어렵고, 게임은 몇년 새 투자과열 현상이 발생하면서 운용사들은 점차 전문 투자펀드 조성을 기피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2월 열린 문화펀드 간담회를 포함해 수차례 걸쳐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관련 당국에 설명하고 보다 수익성 있는 펀드를 조성하자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런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부터 문화콘텐츠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던 국내 우량 벤처캐피털 및 해외투자자 참여 벤처캐피털 등은 문화부의 자금을 받아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하나 둘 씩 포기하고 있다. 일부는 글로벌콘텐츠펀드 조성을 위해 수 개월에 걸쳐 해외투자자 등을 확보하고 투자의향서(LOI)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관련 분야 출자공고가 나지 않으면서 펀드결성을 포기하거나, 문화부가 아닌 다른 부처가 출자한 계정을 활용해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연구 중이다.

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 영화들의 잇딴 흥행으로 문화콘텐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업계 대표 창투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이번 문화펀드 출자공고는 예전의 '적자펀드 시대'로 다시 돌아가려는 역행(逆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우량 벤처캐피털이 포기한 자리는 투자역량이 검증되지 않고 운용수수료를 받는데 더 관심이 많은 곳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영화펀드는 '연령제한'이 발목..."제약 없애고, PF 투자 등 범위 넓혀야"
문화부는 상반기 중 모태펀드 2차 출자사업 등을 통해 추가 펀드를 조성한다는 입장이다. 또 1차 출자사업 중 영화계정을 통해 조성할 예정인 170억원 규모 한국영화펀드가 제작초기펀드에 대한 업계의 수요를 충족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화부는 모태펀드의 문화계정과 영화계정 등 두개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우량 운용사들이 펀드를 결성한 뒤에 나오는 2차 출자사업은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펀드와 관련해서도 "전체관람가 및 12세 이상 관람가에 주력으로 투자한다"는 조항이 운용사들의 발목을 붙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2013년 흥행한 영화 7번방의 선물, 설국열차, 관상,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숨바꼭질, 더테러라이브, 감시자들 등은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다. 신세계, 친구2 등은 미성년자 관람불가다. 전체관람가 영화에 투자해 수익을 낼 확률은 10% 미만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문화콘텐츠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문화펀드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운용사들이 제약없이 자유롭게 수익성 있는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애니메이션, 전체관람가 영화 등은 전용펀드를 만들기 보단 펀드 자금 중 10~20% 정도를 이 분야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투자 및 기업 지분투자 뿐 아니라 최근 한국 중소 엔터테인먼트들이 기획하고 있는 글로벌 문화콘텐츠, 한류 방송 프로젝트 등에 프로젝트파이낸스(PF) 형태로 자금을 투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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