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업계 운영체제 전쟁
[ 안정락 기자 ]
글로벌 전자·통신업계에 운영체제(OS) 경쟁이 불붙고 있다. 구글과 삼성전자는 ‘웨어러블(입는)’ 스마트 기기의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 과거의 협력 관계를 벗어나 OS 싸움을 본격화하고 있고, 애플은 스마트폰 태블릿PC를 넘어 자동차용 OS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구글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맞서 안드로이드 진영을 구축하며 제휴 관계를 지속해 왔지만 새로운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며 “글로벌 업체 간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워치 시장 선점 경쟁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업체 구글은 최근 웨어러블 기기용 OS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적용한 첫 제품은 LG전자의 스마트워치인 ‘G워치’로 올 상반기 안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공개한 ‘기어2’와 맞붙을 전망이다. 기어2에는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공동 개발한 ‘타이젠’ OS가 적용돼 있다.
구글이 첫 웨어러블 OS를 LG전자의 G워치에 가장 먼저 담은 것은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이어 웨어러블 기기까지 이어지는 삼성전자의 영향력 확대가 구글 입장에선 경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구글이 삼성전자 대신 LG전자를 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구글과의 협력에 고무된 모습이다.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는 웨어러블 기기 경쟁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기 때문이다. LG전자 측은 이례적으로 시제품 사진까지 미리 공개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는 음성인식 기능인 ‘오케이 구글’을 적용할 수 있어 이용자가 음성으로 질문하면 답을 해줄 수 있다. ‘구글 나우’ 기능도 담아 시간·위치 등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도 결국 OS 싸움이 될 것”이라며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타이젠으로 차세대 OS 선점 나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갤럭시기어의 후속작 ‘기어2’에 타이젠 OS를 적용했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와 인텔, 일본 NTT도코모 등이 주도하는 타이젠 연합이 개발한 개방형 모바일 OS다.
삼성전자가 제품명을 안드로이드 제품군에 사용하는 ‘갤럭시’ 대신 기어2로 바꾼 것은 구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에 OS시장을 내줬던 아픔을 웨어러블 시장에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웨어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엔 개발자 사이트를 통해 기어2 앱을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공개하기도 했다.
타이젠의 ‘세(勢) 불리기’ 전술도 이미 실행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MWC 2014에서 200여명의 회원사 및 협력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리셉션을 개최해 타이젠 OS 알리기에 주력했다.
료이치 스기무라 타이젠 연합 의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15개의 새로운 파트너사가 타이젠 연합에 합류했다”며 “올해는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경험과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는 타이젠 웨어러블 기기가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TV 등 가전 제품과 자동차 등에도 타이젠을 적용해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OS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애플·구글, 차량용 OS 경쟁
애플은 지난해부터 차량용 OS인 ‘iOS인 더 카(iOS in the Car)’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자동차 OS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최근 iOS 7.1 업데이트를 배포하며 자동차에서 모바일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카플레이’ 기능도 선보였다. 카플레이는 아이폰을 자동차에 연동하는 기능으로 애플의 음성인식 기술인 ‘시리’를 이용해 각종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와 아이폰이 연동되면 운전자는 전화번호를 검색하거나 전화를 걸고, 부재 중 전화나 음성 메시지를 음성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리 기능이 음성을 인식하고 문자 메시지를 읽어주거나 음성을 받아 회신하는 방식이다.
카플레이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과 연동돼 경로 안내도 가능하며 별도의 오디오 앱도 지원한다. 각종 자동차 제어를 음성만으로 가능하게 한 것이다. 카플레이 기능이 적용되는 차종은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등이며 현대·기아차, 혼다, BMW, 포드 등의 신차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구글은 올초 아우디와 손잡고 안드로이드 OS로 구동되는 ‘구글 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GM 등과는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켜 안드로이드를 통해 다양한 차량용 앱을 구동하는 스마트카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