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골프장 투자로 1065억 날린 교직원공제회

입력 2014-03-26 09:42
우선손실충당 의무,레이크사이드CC 매각해도 회수금 '제로'
우본,행정공제 등 선순위 투자자들 IRR 5.3% '선방'


이 기사는 03월20일(18: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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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 구사회생, 교직원공제회 악몽 현실화’. 삼성물산에 레이크사이드CC를 매각한 후 주요 투자자들의 성적표다. 가까스로 투자 원금을 건진 우투증권은 펀드 출자자들에게 IRR(내부수익률) 기준 5.3% 가량의 이익을 돌려줄 전망이다. 이에 비해 후순위로 1065억원을 투자한 교직원공제회는 투자 원금을 몽땅 날리게 됐다.

삼성물산이 레이크사이드CC 지분 100%를 인수한 대금은 3500억원이다. 우리투자증권이 운용을 맡은 PEF인 마르스제2호의 골프장 지분은 47.5%로 결국 마르스2호가 가져갈 몫은 1662억원 가량이다. 마르스2호가 2007년 레이크사이드CC에 들인 투자 원금이 27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를 보고 판 셈이다.

하지만 마르스2호에 돈을 넣은 출자자 구성을 뜯어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펀드 출자자는 선순위 투자자와 후순위 투자자로 나뉘어 이뤄졌다. 교직원공제회가 1065억원을 후순위로 투자했다. 투자 수익이 발생하면 출자 지분만큼 돈을 가져가지만 손실이 날 경우 이를 먼저 감당하겠다는 의미였다. 일종의 우선손실충당 개념인 셈이다.

운용 자산 18조원(2013년 말 기준)으로 공제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교직원공제회라가 후순위로 받쳐주기로 하자 우정사업본부, 지방행정공제회도 선순위 투자자로서 ‘원금+10% 수익’을 보장받기로 하고, 마르스2호에 2700억원에서 1065억원을 제외한 1635억원을 넣었다. 삼성물산으로부터 받은 매각 대금과 얼추 비슷한 규모다.

마르스2호를 운용한 우리투자증권으로선 일단 선순위 투자자들에겐 최소한 원금은 돌려줄 수 있게 된 셈이다. 우투증권은 2010년 매각을 진행한 이후 여러 차례 매각이 실패, 펀드 출자자들의 이익을 확보해야한다고 생각했던지 2012년 1495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이를 위해 레이크사이드CC는 1580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주주들이 은행 빚으로 투자금을 환수해 간 셈이다. 마르스2호는 지분율대로 약 710억원을 환수했다.

이 돈은 온전히 선순위 투자자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자 지분만큼 돈을 가져가야하지만 교직원공제회는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원금+10% 수익을 약속한 만큼 가져갈 몫이 없다는 얘기다. 결국 교직원공제회는 1065억원의 투자 원금은 우선손실충당 의무에 따라 몽땅 날리고, 유상감자로 환수한 돈마저 가져가지 못하게 된 셈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연 수익 10%를 보장해주지 못하게 돼 향후 이 문제가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직원공제회가 이처럼 무모한 투자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에 투자가 이뤄졌던 점, 그리고 교직원공제회의 골프장 인수 욕심이 화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마르스2호가 레이크사이드CC를 인수한 시점은 자산 가격의 거품이 한창이던 때다. 골프장 회원권도 비싸게 거래됐다. 공제회 관계자는 “레이크사이드CC의 몸값이 1조원에 육박한다는 말들이 나오곤 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당시 교직원공제회는 레이크사이드CC 인수까지 고려했었다”며 “하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 한발 물러나 후순위 투자로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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