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R&D투자 지속…매년 매출의 6% 투입
안드로이드폰 세계 2위…車 2차전지 세계 1위 질주
[ 박영태/남윤선 기자 ]
지난 19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LG전자의 신제품 전시회인 이노페스트. 유럽 21개국 450여명의 바이어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작년 첫 행사 때보다 참석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곡면 울트라HD TV 등 전시 제품도 호평을 받았다. LG전자는 유럽에서의 성과에 고무돼 다음달 아시아 바이어들을 서울로 초청해 이노페스트 행사를 대규모로 열기로 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밀리면서 어려움을 겪어온 LG그룹의 맏형 격인 LG전자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들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27일 창립 67주년(1947년 설립된 락희화학공업이 모태)을 맞는 LG그룹 임직원들은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 구본무 LG 회장(사진)이 강조해온 ‘독종 근성’으로 무장하고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하기 위한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해 온 만큼 결실을 맺기 위해 다시 한번 뛰겠다는 것이다.
◆“승부처에서 밀리지 않겠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모험에 가까운 선택을 했다. 경기 파주의 8세대 OLED TV 패널 신규라인 M2에 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한 것. 2~3년 뒤 열릴 OLED TV 시장에서 LG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그룹 차원의 승부수였다. 비싼 가격과 기술적 한계 등을 이유로 삼성 소니 파나소닉 등 경쟁사들이 OLED TV 시장에서 한 발 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LG의 우호세력도 늘고 있다. 중국의 스카이워스, 창훙, 콩카 등이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채택한 TV 신제품을 오는 5월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가전업체들의 가세로 OLED TV 개화시기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는 ‘질과 양’을 모두 내세워 ‘양동작전’을 펴고 있다. TV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연내에 울트라HD TV와 곡면 올레드TV 모델 20여개를 출시한다. 10여개의 곡면 초고화질(UHD) TV 제품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를 압도한다.
2009년 이후 급전직하했던 휴대폰에서도 반전을 노리고 있다. 프리미엄급과 중저가 제품의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벌써 성과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로컬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는 점유율 7%로 삼성전자(65%)에 이어 2위를 차지, HTC(6%) 소니(5%) 모토로라(4%)를 제쳤다.
LG화학은 자동차용 2차전지 세계시장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2차전지 분리막 글로벌 기술특허 출원을 마친 데 이어 최근 글로벌 10여개 자동차 업체를 고객으로 추가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2015년엔 20여개 전기자동차 업체에 2차전지를 공급하게 돼 글로벌 시장의 확고한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적 R&D 투자, ‘1등 LG’ 불쏘시개
LG전자는 최근 3년 동안 R&D에만 9조5000억원가량을 쏟아부었다. LG디스플레이는 4조원을 R&D에 썼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의 6%가량을 R&D 투자에 투입한 것. 5% 이내인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R&D 인력도 크게 늘렸다. 2009년 2만명 수준이던 그룹 전체 R&D 인력은 지난해 3만여명으로 불어났다. 구 회장이 “핵심기술이 있어야 시장선도 제품이 나온다”며 R&D 투자를 적극 독려해온 데 따른 결과다. LG는 최근 R&D 전문인력 46명을 임원급으로 전격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어느 경쟁 기업보다 기술인력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LG는 미래 원천기술을 개발할 첨단 R&D 기지 조성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중반께 ‘마곡 LG 사이언스파크’를 착공한다. 2020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이곳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11개 계열사의 R&D 인력 2만여명이 상주하며 융복합 시너지 연구를 중점 수행할 계획이다.
박영태/남윤선 기자 pyt@hankyung.com